이방인 회개 363

예수님이 하셨습니다/송명희

예수님이 하셨습니다 송명희 (1963~ ) 우리가 소금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예수님이 소금처럼 녹으셨습니다 우리가 밀알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예수님이 죽고 썩으셨습니다. 우리가 멍에를 싫어하므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강하기 때문에 예수님이 상한 갈대가 되셨습니다. 우리의 세상 지혜로움이 극하여서 예수님이 미련한 모습으로 오셨고 우리가 너무 높아져서 예수님이 낮아지셨습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을 예수님이 좋아 하시고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예수님이 하셨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7189531

이방인 회개 2021.07.03

섬/안도현

섬 안도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바라보기에 아주 평화스러워 보이는 섬, 그러나 그 섬은 섬으로 있기 위하여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밀어내야 한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섬의 모습은 바로 인간이 살아가야할 존재의 모습이라고 안..

이방인 회개 2021.06.29

저녁 무렵의 기도/김윤도

저녁 무렵의 기도/ 김윤도(1960∼ ) 답신 없는 편지를 향한 조바심도 이젠 내려놓고 붙잡기에는 너무 많아 욕심의 언저리만 기웃거린 한낮을 떠나 차분해진 하늘로 사라지는 그날에 충분한 새떼를 바라보아야 한다 늘 그렇듯이, 포기는 절망이었고 만족은 희망이었던 가난한 지혜를 탓하며 노을 지는 길에서 처절한 기도를 길어 올려야 한다

이방인 회개 2021.06.17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릴케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 릴케 나를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삼아 주소서. 돌에 귀기울일 줄 아는 자가 되게 해 주소서. 나에게, 바다의 고독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주소서. 양 기슭의 맞부딪치는 소음 속에서 멀리 밤의 음향 속으로 나를 당신의 텅빈 나라로 보내 주소서. 그곳을 지나 끝없는 바람이 불어 큰 수도원의 승복처럼 아직 살아 보지도 못한 삶의 주위에 서 있는 그곳에 어떤 유혹에 의해서도 다시는 그들의 목소리와 모습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거기서 나는 순례자 쪽에 서렵니다. 눈 먼 늙은이의 뒤를 따라 모르는 사람뿐인 길을 가렵니다.

이방인 회개 2021.05.01

부활절에/김현승

부활절에/김현승 당신의 핏자욱에선 꽃이 피어-사랑 꽃이 피어, 땅 끝에서 땅 끝에서 당신의 못자욱은 우리를 더욱 당신에게 열매 맺게 합니다. 당신은 지금 무덤 밖 온 천하에 계십니다-두루 계십니다 당신은 당신의 손으로 로마를 정복하지 않았으나, 당신은 그 손의 피로 로마를 물들게 하셨읍니다 당신은 지금 유태인의 수의를 벗고 모든 4월의 관에서 나오십니다.

이방인 회개 202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