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안도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시감상>
바라보기에 아주 평화스러워 보이는 섬, 그러나 그 섬은 섬으로 있기 위하여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밀어내야 한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섬의 모습은 바로 인간이 살아가야할 존재의 모습이라고 안도현 시인은 말하고 있다.
'삶이란 게 뭔가' 파도를 밀어내며 끊임없이 섬으로 남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는 섬의 진짜 모습처럼 우리도 눈부시게 살아있기 위하여 뜬눈 밝혀야 하리.<시인 문상금>
'이방인 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기도/이문재 (0) | 2021.07.11 |
---|---|
예수님이 하셨습니다/송명희 (0) | 2021.07.03 |
저녁 무렵의 기도/김윤도 (0) | 2021.06.17 |
미역/이석재 (0) | 2021.06.09 |
황혼/이육사 (0) | 2021.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