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495

새해 기도/안도현

새해 기도 / 안도현   새해에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소서. 행복하지 않아도 좋으니 난데없는 불행으로 마음 졸이지 않게 하시고. 가진 게 많아서 신나는 사람보다는 가진 것만큼으로도 충분히 신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가 되더라도 ‘대박’의 요행 따위 꿈꾸지 않게 해 주소서. 내 와이셔츠를 적시게 될 땀방울만큼만 돈을 벌게 하시고, 나 자신을 위해 너무 많은 열정을 소비해온 지난날을 꾸짖어주소서.  부디 내가 나 아닌 이들의 배경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바라보던 이에게는 남의 자식의 구멍 난 양말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시고, 내 말을 늘어놓느라 남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하는 이에게는 파도 소리를 담는 소리의 귀를 ..

삶과 영혼 2025.01.02

12월에/박상희

12월에/박상희 가슴에 담아두어 답답함이었을까비운 마음은 어떨까숨이 막혀 답답했던 것들다 비워도 시원치 않은 것은아직 다 비워지지 않았음이랴본래 그릇이 없었다면답답함도 허전함도 없었을까삶이 내게 무엇을 원하기에풀지 못할 숙제가 이리도 많았을까내가 세상에 무엇을 원했기에아직 비워지지 않은 가슴이 남았을까돌아보면 후회와 어리석음만이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걸.또 한해가 가고나는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삶과 영혼 2024.12.26

인생/정연복

인생 / 정연복 세월 참 빠르기도 하지나의 머리에 벌써 흰눈 내리네이제 얼마쯤 남았을까나의 목숨 나의 사랑.쓸쓸히 낙엽 진 나무가만히 안으며그 가엾은 몸에살며시 기대어 보았더니참 신기하기도 하지겨울 찬바람에도 춥지 않네온몸 가득 추위뿐이면서도나를 덥히네.그리고 나는 들었네소스라치게어쩌면 정신의 기둥뿐인야윈 나무 몸의 말없는 말.´인생은 그런 것꽃 피고 낙엽 지는 거지그래서 봄이 오면또 푸른 잎 되살아오는 거지.

삶과 영혼 202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