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469

‘제목이 없을 수도(No Title Required)’/쉼보르스카,

제목이 없을 수도/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어쩌다 보니 이 화창한 아침, 어느 한적한 강가의 나무 그늘 아래 이렇게 앉아 있다. 이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는 결코 기록되지 않을 지극히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동기가 무엇인지 낱낱이 분석되어져야 할 중요한 전투나 조약도 아니고, 기억할 만한 폭군의 화살도 아니다. It's come to this: I'm sitting under a tree, beside a river on a sunny morning. It's an insignificant event and won't go down in history. It's not battles and pacts, whose motives are scrutinized, or noteworthy tyrannicide..

삶과 영혼 2024.03.25

너무 작은 심장/장 루슬로

너무 작은 심장 / 장 루슬로 작은 바람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숲을 쓰러뜨려 나무들을 가져다주어야지. 추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빵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모든 이들의 양식이 되어야지. 배고픈 사람들의. 그러나 그 위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비가 내려 바람을 잠재우고 빵을 녹여 모든 것들이 이전과 같이 되었다네. 가난한 사람들은 춥고 여전히 배가 고프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아. 만일 빵이 부족하고 세상이 춥다면 그것은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

삶과 영혼 2024.03.21

아직과 이미 사이/박노해

아직과 이미 사이/박노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대한민국의 시인, 노동운동가, 사진작가. 1984년 27살에 쓴 첫 시집 은 금서였음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었으며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렸다. 1991년 사형을 구형받고 환히 웃던 모습은 강렬한 기억으로..

삶과 영혼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