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469

진정한 여행/나짐 히크메트

나짐 히크메트 란(Nâzım Hikmet Ran, 1902년 1월 15일 ~ 1963년 6월 3일)은 터키의 시인, 극작가, 감독이다. 그의 발언 중 시적 흐름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낭만적인 공산주의자", "낭만적이고 혁명적인"으로 불리던 그는 여러 번 체포되어 자신의 성인의 삶 대부분을 옥중 또는 망명 상태로 보냈다. 그의 시는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현재의 그리스 영토 사로니카에서 출생하여 14세 때 시를 지었다. 1921년 모스크바의 동양근로자 대학에 들어가 마야코프스키와 에세닌과 사귀어 1924년에 귀국하여 활약하다 체포되었으며, 터키 정부에 의하여 작품이 발표 금지의 처분을 받아 죽을 때까지 모국(母國)에서는 시를 발표할 수 없었다. 1950년 세계의 양심적 여론의 힘으로 히..

삶과 영혼 2023.04.25

비운 항아리처럼/이향아

비운 항아리처럼/이향아 기적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퍼낸 물만큼 물은 다시 고이고 달려온 그만큼 앞길이 트여 멀고 먼 지축의 끝간데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동이 튼다면 날마다 다시 사는 연습입니다 연습하여도 연습하여도 새로 밀리는 어둠이 있어 나는 여전히 낯선 가두에 길을 묻는 미아처럼 서 있곤 했습니다 눈을 감고 살기를 복습하여서 꿈을 위해 비워둔 항아리처럼 꿈도 비워 깊어진 항아리처럼 기적보다 눈부시게 돌아오기를 옷깃 여며여며 기다리겠습니다

삶과 영혼 2023.04.22

잡초 비빔밥/고진하

잡초 비빔밥/고진하 흔한 것이 귀하다. 그대들이 잡초라 깔보는 풀들을 뜯어 오늘도 풋풋한 자연의 성찬을 즐겼으니흔치 않는 걸 귀하게 여기는 그대들은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숱한 맛집을 순례하듯 찾아다니지만 나는 밭두렁이나 길가에 핀흔하디흔한 풀들을 뜯어 거룩한 한 끼 식사를 해결했으니 신이 값없는 선물로 준 풀들을 뜯어 밥에 비벼 꼭꼭 씹어 먹었느니 흔치 않는 걸 귀하게 여기는 그대들이 개망초 민들레 질경이 돌나리 쇠비름 토끼풀 돌콩 왕고들빼기 우슬초 비름나물 그 흔한 맛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너무 흔해서 사람들 발에 마구 짓밟힌 초록의 혼들, 하지만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 바람결에 하늘하늘 흔들리나니 그렇게 흔들리는 풋풋한 것들을 내 몸에 모시며 나 또한 싱싱한 초록으로 지구 위에 나부끼나니. – “잡..

삶과 영혼 202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