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자작글 612

봄/리라

냇가에 앉아 백석의 시집을 펴 쓸쓸한 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세월은 휭하니 가서 이제 백석 시인이 이 세상에 없지만천재적 기발한 시심으로 나에게 다가드는 책장을 넘기며나는 반세기 전에 태어났으면 더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다. 냇물 소리가 마음에 흐른다.커피향 담긴 나즉한 노래를 듣자니 문득 슬퍼진다.왜 나는 이리도 혼자인걸까? 그저 지인들 만나 웃고 떠들면 될 것을 왜 철저히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을까?사람들은 그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데 그 삶의 주제란 것이오히려 나를 외롭게 하고 있는 가 보다. 내가 즐겨 읽는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내 안의 무언가가 환호하는 소리를 듣는다.정말 참 좋다! 아름답고 깨끗해서그래, 너무 가깝게 느껴져! 뜨겁고 열열한 것들가끔은 그 시인들을 흉내내서 시를 써보기도 하는 까닭..

리라자작글 2025.03.05

음악/리라

음악/리라  별이 노래한다 꽃들이 춤을 춘다새들이 꿈을 나르고사랑하는 마음은 시를 짓는다 너는 조물주의 일기장꿈의 악사를 부르는 영혼의 큰 작곡가다시간을 넘고 넘어 환희로 갈채하는 신기한 나라의 소나타 가슴을 두드려 달라고나른한 잠속에서 깨워달라고깊은 침묵 속으로 다가오는 너희고 고른 이 어여삐 살며시 웃는다    네가 곁에있는 한 계절마다 시인이 태어나고순결한 소녀들의 기도는 드려진다하늘로 올라가는 작은 음악회다  산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듯청아한 울림의 자취아! 어느때에 너는 귀를 닫겠는가?  네 안에 흐르는 숨결과도 같이별이 되고 싶다 꽃으로 피고 싶다사랑의 시 한편 쓰고 싶다 2009년 어느 날

리라자작글 2025.02.09

해     *리라*  너를 안고 떠도는 저 구름에 여운일 때넌 노을이 된다새벽 미명, 너의 시선은 찬란하고태고 적부터무소부재의 불변성이다그 먼거리봄, 여름 가을, 겨울우주는 어디로 가는가?나는 어디에 있는가?깊은 바다에  빠져다시 떠올라 광야로 나서서달리고 달리는 넌, 소멸할 수 없는 불의 수레다영겁의 시대를 거쳐 발열하는 너의 몸은 또 무엇인가?네 눈길 닿는 온 천하, 색색의 사물은 무엇을 보길 원하는가?영원한 젊음은 빛의 화신으로 날마다 지친 영혼을 깨워내네아 네 손마디, 네 눈빛엔 생명이 커간다 크신 신의 섭리가 만상에 차오른다

리라자작글 2025.02.02

가을 저녁의 묵상/리라

가을 저녁의 묵상 /리라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숲을 걷다보면자칫 길을 잃을까 걱정입니다희어진 머리칼 날리듯가을 바람은 몹시 쓸쓸합니다 오늘은 가슴에 품은 잿빛 그림자를 떠나보냅니다내 생은 아직도 가을 한복판에 있나봅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에엷은 미소를 짓는 구름들괜스레 복받치는 설움에 고개를 떨굽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며한숨 섞인 낙심도 하였습니다 저기 늦가을을 닮은 사람이 갑니다옷은 남루하고 힘없는 걸음으로하지만 그 마음에 거짓이 없다면빛바랜 소망도 함께 갈 것입니다 아직은 멀리 보이는 그 곳을 향해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 가을 저녁처럼그래도 계속 걷다보면바라던 그 날이 올 것임에

리라자작글 2024.11.03

저녁 강 가에서/리라

저녁 강가에서/리라  하늘의 빛은 연푸르고 구름의 무리 꽃처럼  높히 섰다가을새 쓸쓸히 날고 떠다니는 배에 엇갈린 물결 소리연보랏빛 너울의 출렁임이 자못 애닯다 저녁 강가에 서면 삶의 애련과 속절없는 생의 무량함이 가득차 오른다하늘에 널푸러진 저녁 기운 서편으로 오렌지 빛 노을이 꽃무리인양 다가든다 서서히 거리를 장식하는 네오싸인처럼  괜스런 화려함으로 나서고 싶다오래 전부터 균열된 삶의 모습을 안고 강가와 노을을 바삐 찾았다강물 위로 비가 뿌리듯 노을 속에 바람으로 서성이듯 그렇게 세월의 한 귀퉁이에서 가슴을 스스로 헤아려 왔던 것이리라 일찌감치 도시에 불이 켜지고 하늘에는 드문 드문 별이 돋아난다강가에서 별을 보면 가슴에 몰아치는 꿈같은 추억들강가에 앉아 별빛을 받아내는 마음이 몹시 사무친다   아 ..

리라자작글 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