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바다/리라 일몰의 바다/리라 붉은 해 껴안고 남루한 별 하나 낳고저 구름층 올라 별들 휘감아 선홍빛 너울로 남고저 가슴 뜨거워 수평선 끝 푸른 물에 천만 송이 장미꽃을 던지리 너와 동행하는 저녁 가슴에 물드는 황홀한 하늘의 넋 너의 미소 등불 켜 낡은 창가에 걸어두고 아! 목숨 다하기까지 별하나 가슴에 품고저 붉게 붉게 하늘로 오르리 리라자작글 2023.04.24
홍시/리라 홍시/리라 저 산너머로 오는 하늘은 선홍빛 가슴 안고 오시는 이라 고즈녘 나무 위 새 삐삐 울적에 홍시로 익는 마음 전한 정다운 기별 산을 넘는 그리움에 비할까 해거름도 걷지 못하는 나뭇사이 애닯아 힘겹게 달리는 붉디 붉은 연정이라 리라자작글 2023.04.22
꽃들의 비밀/리라 꽃들의 비밀 *리라* 꽃망울 터지면 남몰래 숨는 눈동자 향기로운 꽃술 한모금 머금어 가쁜 숨이다 꽃대 세우고 하늘 우러르면 다시 오마 약속하는 계절의 정령 꽃들은 속삭인다 어루만진다 꽃잎들 하늘거리며 웃는다 바람 간지러 움찔거리며 뒷걸음쳐 달아나고 쉬쉬 고개 도리쳐 눈짓하는 귀여운 요정들의 장난질이다 저 희고 단단한 약속의 손들이여 붉고 큰 난산의 아픔이여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꽃들의 집 그 속 리라자작글 2023.04.20
바다 노을/리라 바다 노을/리라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가까이 오라 가슴에 푸름을 칠하고 황금 부채를 든 노을이여 은모래 깊이 묻어둔 옛 성들의 노래를 불러다오 바다 건너 길을 떠나는 자의 아름다운 세상이 기나긴 소망의 행렬로 꽃향기 넘칠 때 부르거라 하늘로 떠나는 구름의 떼로 거기 줄지어 오는 푸른 물결의 손짓으로 바다가 하늘이 되는 그곳에서 기쁨의 눈물 또한 푸르른 그날에 파도를 넘어 사라지는 향수의 저녁 바람을 안고 길게 길게 누운 너의 모습을 보리라 내 영혼 눈부신 노을에 눈을 감고 바다 건너 땅끝 보이는 날에 하늘 넘어 은빛 세계 찬란한 그날에 가만히 가만히 눈을 뜨리라고 살며시 살며시 뒤돌아 누우리라고 하늘 향하여 바다를 손짚어 마침내 대지 위의 산들처럼 높이 높이 일어서리라고 리라자작글 2023.04.18
음악은 나의 벗이 되어/리라 음악은 나의 벗이 되어/리라 홀로 앉아 생각에 잠길 때 벗 하나 찾아온다 영혼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찾아온다 바이올린 음률이 플루우트 선율이 피아노 곡조가 가만 가만 가슴에 앉는다 그것은 위로일까? 고독한 영혼을 위한 배려일까? 어린 날, 즐겨듣던 모짜르트 피아노 콘첼토가 아닌 바흐의 묵직한 첼로가 내미는 악수가 나의 벗이 되어.. 리라자작글 2023.04.15
혼자 살아갑니다/리라 혼자 살아갑니다/리라 사랑하는 건 너무 어려워 혼자 살아갑니다. 이별하는 건 너무 아파서 혼자 살아갑니다 잊혀지는 건 너무 싫어서 혼자 살아갑니다 살아가는게 너무 외로워도 혼자 살아갑니다 밤에 잠드는게 힘들어도 혼자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너무 소중한 걸 잃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모든 게 너무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리라자작글 2023.04.12
사월의 문/리라 사월의 문/리라 아직은 춥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초저녁 나무 사이로 연초록 등불이 켜지고 작은 새들 총총히 둥지에 들면 바람은 문득 어디로 가나 하며 서 있어요 작약도 장미도 피지 않고 벚꽃만 하얗게 웃는데 노란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서니 소란스런 빗방울 소리 문득 발길을 멈춰 듣습니다 사월의 작별 인사를 아! 아직은 너무 이릅니다 목련도 지지 않았어요 리라자작글 2023.04.09
봄비/리라 봄비/리라 온종일 참 구슬피도 우십니다 소리도 없이 자취도 없이 가만히 쓰다듬듯 두 눈 감아 꽃 한송이 건네며 이리도 가슴 적시고 가십니까? 가신 발걸음 따라 눈물 뿌리며 이 마음도 가리니 어디인들 언제까지인들 어여쁜 인사 잊히오리까? 부디 꽃그늘에 앉았다 가소서 마른 풀자리에 쉬었다 가소서 리라자작글 2023.04.06
꽃/리라 꽃/리라 나무에도 뒷뜰에도 생명이 자리매김하네 나 여기 있노라 웃어보이는 얼굴들 저마다 씨앗을 품고 있구나 꽃이여! 이 봄엔 부디 가슴 설레지 마라 꽃잎 떨어지면 행여 서운해하지 마라 어느날, 열매 한웅큼 손에 쥐어줄 그 마음이 꽃이 되어 오랜 세월동안 곁에 달큰한 향기로 남으리니.. 리라자작글 2023.04.01
봄날/리라 봄날/리라 오래 기다렸지요 어두운 골목, 조그만 방 창문 앞에서 하늘을 보면 빛살 환한데 아직도 캄캄한 벽 속의 그림들 그대가 온다는 소식에 이미 성큼 다가온 봄 사랑도 지나가고 기억조차 어스름 저녁같은데 또 다시 싹터오르는 풀빛 그리움은 어인 일인지요 어쩌면 가버린 이름들을 불러내던 눈물이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나를 찾으려는 소망이었을까요 참 오래 기다렸지요 리라자작글 2023.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