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자작글 612

가을 예찬/리라

가을 예찬/리라 하늘은 푸르러서 좋겠다 숲은 아름다워 좋겠다 들길 걸으면 국화 향기 가득해 좋겠다 빨간 단풍잎은 노오란 은행잎은 멀리 여행을 떠나 좋겠다 별빛도 달빛도 산노을까지 가을 꽃처럼 피어나 가슴에 촘촘히 수를 놓곤 갈대밭 사이로 바람불며 날아다녀서 좋겠다 나도 이 가을엔 하늘처럼 나뭇잎처럼 별빛처럼 아주 순하게 가만히 걸어가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리라자작글 2023.10.06

가을향기/리라

가을향기/리라 슬퍼 말자 너무도 청명한 하늘이 너를 보고 있다 가을 한 낮 온화하며 서늘한 바람이 네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상심의 그늘을 벗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자 가을이 깊어가듯 삶의 색채도 짙어간다 푸름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붉음으로 그리고 갈빛 연륜의 숲으로 그러나 애써 웃지는 말아라 다만 서 있는 자리에서 발걸을 떼어 미처 가보지 못한 사랑의 높은 언덕을 오르자 비록 메마른 가지들 가득한 숲이지만 그 향기, 마치 신의 섭리로 내리는 듯한 청명한 가을 저녁 햇살과 같으니..

리라자작글 2023.10.03

구월을 보내며/리라

구월을 보내며/리라 낙엽이 지면 다시오지 못할 사람과 또 한번 목이 메이는 작별을 하자 아직 남은 삶의 날들, 가슴 추스리는 메마른 가을 나무 사이로 사르락 추억이 멀어지면 정말 행복했었노라고 떠나간 뒷모습에 감사의 악수를 청하자 산하에 드는 고운 빛깔은 어쩌면 우리에게 내린 신의 은총이라고 사랑이 깊은만큼 이렇게 아름답게 우리들 가슴을 물들이고 있다고 술렁이는 바람소리 내 영혼을 이끌어 갈대밭 사이를 걷게한다 아! 강물 소리 깊고 생각도 깊어져 이리저리 쓰러지는 구월의 상념들 그래도 우리는 꼭 기억하자 눈물 차올라도 울 수 없었던 날들을 어둡던 상심의 계곡에 붉게 붉게 타올랐던 단풍잎들의 숱한 손짓들을...

리라자작글 2023.09.24

詩 짓기/리라

詩 짓기/리라 마음을 엮어 노을에 걸고 별빛에 영혼을 비춘다 창밖에 계절을 꽃들에게 묻고 바람이 왜 부는지 강물은 왜 흘러가는지를 나무에게 묻는다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일기장에 적듯이 시집에 박힌 글자들을 꺼내며 얼마나 다르게 얼마나 가슴 아프게 걸어온 길인가? 되돌아 가는 저녁 어스름에 묻는다 알 수 없는 문장의 춤들을 어떻게 그려내야 하는지 밤이 오고 동이 튼다

리라자작글 2023.05.24

저녁 강가에서/리라

저녁 강가에서 *리라* 꽃으로 물들여 비단자락 한 폭 깔았나 바람 잦아져 조심스레 발 한짝 담가 풍경 속으로 걸어가면 붉은 해 빠진 강이다 물결 쳐 자꾸 몸을 뒤척이고 아픔으로 번지는 노을 어쩔 줄 몰라라 사랑이라 불리운 모든 것들 하늘에 지는 노을은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가슴을 물들였던 것일까 이제 난 네 사랑의 고백을 강가에 놓아 주려한다 부디 출렁이는 강물에 실려가라 울먹여 부르던 환상의 노래는 잠잠해지리니 아! 삶의 길은 때로 너무 고단하다 저녁 강가에서 내 젖은 영혼 만져봄은 또 한번의 방황을 예감하는 이유일까

리라자작글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