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향기/리라
슬퍼 말자
너무도 청명한 하늘이 너를 보고 있다
가을 한 낮
온화하며 서늘한 바람이
네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상심의 그늘을 벗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자
가을이 깊어가듯
삶의 색채도 짙어간다
푸름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붉음으로
그리고 갈빛 연륜의 숲으로
그러나 애써 웃지는 말아라
다만 서 있는 자리에서
발걸을 떼어 미처 가보지 못한
사랑의 높은 언덕을 오르자
비록 메마른 가지들 가득한 숲이지만
그 향기,
마치 신의 섭리로 내리는 듯한
청명한 가을 저녁 햇살과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