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375

성탄절의 촛불 / 박목월

성탄절의 촛불 / 박목월  촛불을 켠다.눈을 실어나르는 구름위에서는 별자리가서서히 옮아가는오늘 밤크리스마스 이브에눈이 내리는 지상에서는구석마다 촛불이 켜진다.믿음으로써만화목할 수 있는 지상에서오늘 밤 켜지는 촛불어느 곳에서 켜든모든 불빛은그곳으로 향하는오늘 밤작은 베들레헴에서지구 반바퀴의 이편 거리한국에는 한국의눈이 내리는 오늘 밤촛불로 밝혀지는환한 장지문촛불을 켠다.

감사와 은총 2024.12.26

은혜/김남조

은혜 -김남조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주시던 날 ​그날 하루의 은혜를 나무로 심어 숲을 이루었니라 물로 키워 샘을 이루었니라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그리움이게 하신 그 뜻을 소중히 외롬마저 두 손으로 받았니라 ​가는 날 오는 날에 눈길 비추는 달과 달무리처럼 있는 이여 ​마지막으로 나에게 너를 남겨 주실 어느 훗날 숨 거두는 자리 감사함으로 두 영혼을 건지면 다시 은혜이리  “태어나서 좋았다고, 살게 돼서 좋았다고, 오래 살아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2016년 영인문학관 전시 ‘시와 더불어 70년’ 인사말)‘사랑의 시인’ 김남조 시인이 10일 낮 12시 59분 세상을 떴다. 96세.6년 전의 이 인사말에서 시인은 "좋은 시대, 좋은 나라에 태어났고 좋은 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얼마나 영광이고 얼마나 ..

감사와 은총 2024.12.13

기도 -샤를 드 푸코-

기도 /샤를 드 푸코 예수님! 기도한다는 것은당신께 눈길을 돌리는 것입니다.그런데 제가 정말 당신을 사랑한다면,당신이 언제나 제 앞에 계신데 어찌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우리가 더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앞에 있다면그에게서 눈길을 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제자들이 당신께 청했듯이"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아아, 하느님,기도의 때와 장소는 잘 선택되었습니다.저는 지금 제 작은 방에 있습니다.때는 밤, 모든 것이 잠들어 있습니다.빗소리와 바람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멀리 들리는 닭 우는 소리는당신 수난의 밤을 생각게 합니다.저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하느님, 이 고독, 이 적막 속에서...."그렇다. 내 아들아,언제나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네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하면서 기도하여라.읽..

감사와 은총 2024.11.28

정작 감사한 것들/차진배 시인 1948생

정작 감사한 것들/차진배참으로 감사한 것은이미 코끝에 와 닿아 있다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참으로 감사한 것은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참으로 감사한 것은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때문에 우리는 단단하게 딛고 서있는 것이다참으로 감사한 것은이미 우리 속에 가득 차 있었다초라한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하고불의로운 모든 것을 바르게 펴야한다참으로 감사한 것은이미 우리의 가슴속에우리 가슴 깊은 곳에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감사와 은총 2024.10.26

8월의 시/곽상희

8월의 시/곽상희  8월은 선물의 달인가,굳게 막힌 돌벽 무너져광야에는꽃이 피고하늘도 땅도 열리어별들은 쏟아져너울 너울,잃었던 노래를 찾은꾀꼬리도녹 스린 감옥의쇠문을 열고,어머니, 우리도동해물 불러도 되나요우리도 가갸거겨외워도 되나요피로 물든 대동맥구비구비순애보 무덤 속에깊이 감추었던씨앗도 훨,훨,회초리 맞지 않고울 밑에 선 봉선화야불러도 되나요그러나,아직, 막힌 가슴,동방의 등불,한 덩어리 꽃다발되어요천지는 둥글둥글 하나의 등불로 피어나요!

감사와 은총 2024.07.31

남녘의 여름/헤르만 헤세

남녘의 여름 _ 헤르만 헤세마로니에 꽃, 저녁의 숲잎 속에는 반달, 숲 속에는 우리 조용한 술꾼들 ㅡ밤의 미풍 속에서 우리의 술잔이 울린다어두운 하늘로 우리의 술이 이글이글 탄다우리 덧없는 꽃들이 여름 내내 작열한다나를 마셔라, 사랑아! 아리따운 이여, 그대를 마시게 하라!우리의 뜨거운 여름 횃불들로 우리는연인들에게 여름밤의 노래를 부르라 신호한다오 올빼미 울음 , 오 어두운 밤의 심장환한 협죽도 속 밤나방 너우리는 작열한다 타들어 간다 형제여 서로의 속으로신에 바쳐진 축복 받은 제물이다울려라 삶의 노래여 죽음의 노래여술잔이 울린다 우리의 시작이 활활 타오른다!

감사와 은총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