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핀 한 달란트 / 임용남
눈 속에 핀 한 달란트 / 임용남 싸락눈이 탱크같이 내리는 날 당신은 극빈을 동구 밖으로 밀어내려고 삼손의 나무꾼이 되셨다 그의 냉가슴은 늘 만선을 꿈꾸었고 호미 끝으로 새벽이 눈을 뜬다 때론 소쩍새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의 발가락을 몰아낸 진흙들이 고무신을 점령했을 때 나는, 양떼들이 모여 사는 성경책 속을 걸었다 그의 관자놀이 쪽으로 눈물의 강이 흐른다 그곳에 한 장의 편지가 떠다닌다 그 편지를 읽었다 성자 같은 천개의 은하수를 가슴에 안고 폭풍만이 떼 지어 사는 길을 걸었다 지금, 바람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 영혼이 없는 양을 안고, 천상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가브리엘의 목소리가 푸르게 들려왔다 오, 아버지,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