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359

묵도/이향아

묵도/ 이향아 주여, 태초에 주셨던 말씀 그것 하나만 지니고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밝은 두 눈으로 가나안에 뜨는 무지개를 봅니다. 보옥(寶玉) 같은 말씀으로 사무치는 목숨들을 노래합니다. 주여. 이 사랑을 위해 무릎 꿇고 싶습니다. 이 행복을 위해 통곡하고 싶습니다. 강림하소서. 강림하소서. 혹은 번개와 같이. 혹은 순행하는 바람과도 같이.

감사와 은총 2024.02.24

눈 속에 핀 한 달란트 / 임용남

눈 속에 핀 한 달란트 / 임용남 싸락눈이 탱크같이 내리는 날 당신은 극빈을 동구 밖으로 밀어내려고 삼손의 나무꾼이 되셨다 그의 냉가슴은 늘 만선을 꿈꾸었고 호미 끝으로 새벽이 눈을 뜬다 때론 소쩍새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의 발가락을 몰아낸 진흙들이 고무신을 점령했을 때 나는, 양떼들이 모여 사는 성경책 속을 걸었다 그의 관자놀이 쪽으로 눈물의 강이 흐른다 그곳에 한 장의 편지가 떠다닌다 그 편지를 읽었다 성자 같은 천개의 은하수를 가슴에 안고 폭풍만이 떼 지어 사는 길을 걸었다 지금, 바람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 영혼이 없는 양을 안고, 천상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가브리엘의 목소리가 푸르게 들려왔다 오, 아버지, 나의 아버지

감사와 은총 2024.02.20

나의 하루/황금찬

나의 하루/황금찬 아침 식탁에 한 그릇의 국과 몇 술의 밥 살찐 무 배추로 된 식찬 그것으로 나의 하루는 행복하다. 출근 가방에 시집 한 권 채근담이나 아니면 수필집 무겁지 않게 그것으로 고단한 영혼을 위로하고. 운수 좋은 날이면 퇴근길에 친구와 만나 차를 나누고 그 비어가는 찻잔에 젊은 추억을 담아도 본다. 세월은 허무하고 인생을 무상하다고 말하지 말라 아직도 너와 내 앞엔 하늘꽃 한 송이가 피어 있지 않는가 오늘과 내일도 영원 안에 있느니. 1918년 8월 10일 강원도 속초(당시 양양군 도천면)에서 태어났다. 열네살 때 함경북도 성진에서 소학교를 다니던 시절, 이란 청소년 잡지를 보면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3] 해방 후 함북 성진에서 강원도로 내려와, 1946년부터 9년간 강릉에 살았다. 교직..

감사와 은총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