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375

나의 하루/황금찬

나의 하루/황금찬 아침 식탁에 한 그릇의 국과 몇 술의 밥 살찐 무 배추로 된 식찬 그것으로 나의 하루는 행복하다. 출근 가방에 시집 한 권 채근담이나 아니면 수필집 무겁지 않게 그것으로 고단한 영혼을 위로하고. 운수 좋은 날이면 퇴근길에 친구와 만나 차를 나누고 그 비어가는 찻잔에 젊은 추억을 담아도 본다. 세월은 허무하고 인생을 무상하다고 말하지 말라 아직도 너와 내 앞엔 하늘꽃 한 송이가 피어 있지 않는가 오늘과 내일도 영원 안에 있느니. 1918년 8월 10일 강원도 속초(당시 양양군 도천면)에서 태어났다. 열네살 때 함경북도 성진에서 소학교를 다니던 시절, 이란 청소년 잡지를 보면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3] 해방 후 함북 성진에서 강원도로 내려와, 1946년부터 9년간 강릉에 살았다. 교직..

감사와 은총 2024.02.04

은혜/김소엽

* 은혜 -김소엽(1944~)- ​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당신이 곁에 계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과 함께 시작하여 내 의식의 구석구석에 당신이 살고 계심을 감사하나이다. 하루가 지나감은 당신과 만날 날이 하루만큼 가까와 옴을 압니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삶을 극복하는 죽음을 주신 것은 은혜입니다. 강은 흘러가야 생명이 있듯이 사람은 죽어야만 생명을 가지는 것. 삶이 끝나는 것은 은혜입니다.

감사와 은총 2023.10.20

나눔의 신비/박노해

나눔의 신비/박노해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게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 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따간다고 그 꽃이 시들어가는 건 아니다 내 미소를 너의 입술에 옮겨준다고 내 기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빛은 나누어줄수록 더 밝아지고 꽃은 꿀을 내줄수록 결실을 맺어가고 미소는 번질수록 더 아름답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고 자신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감사와 은총 2023.10.05

사랑 또는 두 발/이원

시어도어 레스키의 ‘아버지와의 왈츠’라는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는 발을 구르면서 춤을 추었다/ 부엌 선반 위의 냄비들이 미끄러져 내릴 때까지./ 어머니의 얼굴은 내내 찌푸린 표정이었다.” 어린 시절 커다란 두 발 위에 자그마한 발을 올려놓고 춤추던 기억이 한두 번 있습니다. 마음의 맨발로 날카롭고 모난 바닥들을 밟기 전에 이렇게, 혹은 저렇게 내딛어야 한다고 가르쳐주던 두 발. 시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지금 당신의 두 발이 곁에 있다면 내가 튼튼한 가죽구두처럼 신고서 세상의 길들과 왈츠를 출 수 있을 텐데요. 어느 날 내게 인사도 안 하고 뚜벅뚜벅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여린 발바닥 아래에 부드러운 발등의 기억만 남겨두고서요. 그래도 나는 걷습니다. 벼랑처럼 위태롭게, 달빛처럼 ..

감사와 은총 202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