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산책 399

오월의 그늘/김현승

오월의 그늘/김현승그늘,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그늘,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이 밝음, 이 빛은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남음이 있구나그늘―너에게서……내 아버지의 집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그늘,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이팝나무―네 이름 아래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서정산책 2025.05.05

겨울에 그리는 수채화 / 오광수

♣ 겨울에 그리는 수채화 / 오광수 ♣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면당신의 곱고 하얀 마음을눈 속에서 찾지 못할까봐 걱정됩니다.온 세상이 더 하얗게 되면당신의 그 고운 마음씨들이하얀 꽃가루처럼 날아가서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숨어 버릴 테지요.개울물이 꽁꽁 얼어 버리면당신의 맑은 노래 소리를겨울 내내 듣지 못할까봐 걱정됩니다.온 세상이 더 반짝거리면당신의 그 맑은 노랫소리는퐁당 깊은 물속에 들어가서물고기들의 자장가로 변해 버릴 테지요.찬바람이 씽씽 불어버리면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하늘에서 볼 수 없을까봐 걱정됩니다.온 세상이 너무 추우면당신이 베푸는 따스함들이살금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어린이들의 말동무가 되어 있을 테지요.

서정산책 2025.01.12

겨울의 춤/곽재구

겨울의 춤/곽재구  첫눈이 오기 전에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서정산책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