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문태준 와운산방/장석남
1993년 겨울 무렵이었다. 서울 정릉 산꼭대기, 시로 갓 등단한 대학생 김연수의 허름한 자취방. 연탄보일러의 난방 호스마저 쥐가 갉아먹어 냉골 그 자체였던 자그마한 쪽방에 시인 지망생과 다섯 살 위 등단 시인이 마주 앉았다. 습작 뭉치를 늘 품고 다니던 김연수의 고향 친구 문태준과 스물여섯에 펴낸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의 쾌거를 이뤘던 장석남. 그나마 엉덩이 밑에 걸친 스티로폼 조각 하나(물론 집주인과 시인 지망생은 이마저도 없었다)에 의지해 통음했던 가난한 겨울밤이었지만, 선배는 문태준의 품에서 나왔던 원고를 기꺼운 마음으로 응원하고 격려했다. 이듬해 시인 지망생의 신분을 시인으로 격상시켰던 문태준의 등단작 '처서(處暑)'였다. 두 시인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했다. 장석남(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