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 릴케
나를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삼아 주소서.
돌에 귀기울일 줄 아는 자가 되게 해 주소서.
나에게, 바다의 고독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주소서.
양 기슭의 맞부딪치는 소음 속에서
멀리 밤의 음향 속으로
나를 당신의 텅빈 나라로 보내 주소서.
그곳을 지나 끝없는 바람이 불어
큰 수도원의 승복처럼
아직 살아 보지도 못한 삶의 주위에 서 있는 그곳에
어떤 유혹에 의해서도
다시는 그들의 목소리와 모습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거기서 나는 순례자 쪽에 서렵니다.
눈 먼 늙은이의 뒤를 따라
모르는 사람뿐인 길을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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