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섬/정일근 쓸쓸한 섬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저녁 바다 갈매기다우리는 아직 서로를 .. 이방인 회개 2019.09.24
광고廣告 / 김길전/201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광고廣告 / 김길전 파라킨사스 너는 뼛속까지 시린 밤에도 쇄골을 드러낸 가난한 여인의 입술에 걸린 광고 가진 것이 그저 빨강 밖에 없네요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 뿐이에요 낡은 예식장이 생각과 모자를 바꿔 장례식장이 되자 눈이 많이 내리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죽었어요 간밤 .. 이방인 회개 2019.09.18
커밍아웃 /황병승 커밍아웃 /황병승 나의 진짜는 뒤통순가 봐요 당신은 나의 뒤에서 보다 진실해지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얼굴을 맨바닥에 갈아버리고 뒤로 걸을까 봐요 나의 또 다른 진짜는 항문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나의 항문이 도무지 혐오스럽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입술을 뜯.. 이방인 회개 2019.08.03
흰 그림자/윤동주 흰 그림자/윤동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든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 이방인 회개 2018.05.20
「수증기」박성준, 박성준, 「수증기」내일 오후, 애인이 떠나면서 선물한 벽지로 그는 도배를 할 것인가그들은 서로에게 던지는 평서문에 대해 고민을 하는가선량하다 이악스럽다 해맑게 억세다 삐뚤빼뚤 피가 흐른다? 무슨 말을 시작해야 좋을까다정한 주름 밖으로 성대를 잘라낸 개처럼 편안하게 웃는 .. 이방인 회개 201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