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廣告 / 김길전
파라킨사스 너는 뼛속까지 시린 밤에도 쇄골을 드러낸 가난한 여인의 입술에 걸린 광고 가진 것이 그저 빨강 밖에 없네요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 뿐이에요
낡은 예식장이 생각과 모자를 바꿔 장례식장이 되자 눈이 많이 내리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죽었어요 간밤 그 신장개업의 담벼락에 어지럽게 나붙은 광고 생고무 신발 재고 정리 새 신발 신고 가세요 추운 것들은 늘 발이 젖어요
몸 전체로 광고인 갈치는 나무 상자 위 값이 치워진 나부처럼 누웠어요 그 은빛 몸을 쓸어 간을 보는 시선에도
동그랗게 뜬 눈 추운 것들은 늘 눈이 커져요
광고는 붉은 과장 광고는 춥고 따스함의 의도적 대비 광고는 움츠리는 불빛의 촉수
추운 것들은 언제나 끝에 있어요
오늘 파라킨사스는 눈 속에서도
드러낸 가슴이 너무 붉고 몇 낱알 쌀을 물고 누운 자는 신발이 없어요 단지 겨울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모두 돌아섰네요 타인의 추위를 수긍하지 않는 이들의 등 뒤로 드러냄이 참 스산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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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광고’는 현대시가 갖추어야 할 언어의 긴장과 냉담, 유머와 생략과 그로테스크까지 갖추었으며 무엇보다 강렬한 붉은색 꽃인 파라킨사스를 통해 광고로 대변되는 현대의 으스스한 풍경을 매력적인 언어 서술로 이끈 솜씨 가 돋보인 작품이다. 이 시인의 언어 감각과 정동(affect)은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뿐이에요’라는 구절이나 붉 은 과장/…/광고는 움츠리는 불빛의 촉수’라는 날카로운 대비 속에 한껏 빛을 발하고 있다. 뛰어난 신인을 새해
새 아침에 선보이는 선자의 기쁨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