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쓸쓸한 섬/정일근

헤븐드림 2019. 9. 24. 06:00





쓸쓸한 섬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프게 사무칠 것이다
(정일근·시인,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