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그 해, 오늘/박소진

헤븐드림 2019. 10. 6. 00:13



 

 

그 해, 오늘/박소진



눈을 떴다 핏덩이를 안는다

모래알 같은 기억이 씹힌다

가냘픈 태동, 갓난애가 놀고 있다

아기는 자라 여자의 이야기가 되리

엄마의 창은 딸의 눈이라

딸의 목소리가 어미의 웃음이라

엄마는 나와 열 달을 같이 살았다

나를 매만지고

흐르는 나를 치켜 올리고 옷깃을 여미며

손을 잡고 속삭였다

 

엄마처럼 나도 아기에게 말을 걸어본다

이건 초록 여름 나무

저건 토끼 닮은 구름

내가 걸어 엄마가 걸었고

내가 멈추면 엄마도 앉았다

내가 눕고 아기는 기었다

 

배앓이에 눈을 뜬다

호흡이 정적을 깨고 엄마를 부른다

아기의 달아오른 울음이 손에 잡힌다

나는 내 딸과 열 달을 살았다

그 해, 엄마도 나와 열 달을 살았다

심장이 뛰고

기억이 온기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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