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집/길상호 그 집은 소리를 키우는 집, 늑골의 대문 열고 마당에 들어서면 마루에 할머니 혼자 나물을 다듬거나 바람과 함께 잠을 자는 집 그 가벼운 몸이 움직일 때마다 삐이걱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오는 집, 단단하게 박혀 있던 못 몇 개 빠져나가고 헐거워진 허공이 부딪히며 만드는 소리, 사람의 세월도 오래되면 소리가 된다는 듯 할머니 무릎에서 어깨 가슴팍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바람의 소리들, 아팠던 곳이 삭고 삭아서 만들어낸 관악기의 구멍을 통해 이어지는 가락들, 나의 짧은 생으로는 꾸밀 수 없는 그 소리 듣고 있으면 내가 키워온 옹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바람 드나들며 나 또한 소리 될 것 같은데 더 기다려야 한다고 틈이 생긴 마음에 촘촘히 못질하고 있는 집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