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오세영
6월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내겐 길이 없습니다.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님의 체취에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강물은 꽃잎의 길이고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내겐 길이 없습니다.개구리가 저렇게푸른 울음 우는 밤,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님의 말씀에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눈먼 나는 아아,어디로 가야 하나요.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오세영·시인,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