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장혜령
빛은 잘 들어옵니까
이상하지.
세입자가 관리인에게, 그리고
우리가 죄수에게 묻는 질문이 동일하다는 것은
불 꺼진 독방의 내부는
누군가 두고 간
불펜 잉크처럼 캄캄하다는 거,
의도 없이도 흐른다는 거
처음 타본 비행기와
어깨가 기울어진 한 남자의 뒷모습
그의 휘파람을
존경한다고 교도소장은 말했다
크고 두터운 손으로, 아버지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 바람은 불어옵니까
진주식당의 여자는 국수 대신
빨래를 솥에 넣었고
예수기도회의 붉은 자전거 옆에는
북경반점 오토바이가
모든 질문에
전학생의 시점으로
생각했지
경도와 위도 선상에서
초조해질 때마다
별들 사이에 있다는 건, 더 확고해졌으니까
동료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삼키는 연습을 하는
수배자처럼
배후가 없는 비밀이 몸속을 떠돌고
깡통 속엔
씹다 뱉은 성냥들이
붉게 차오르곤 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더 말할 것은 없습니까
들판 같은 책상 위로
캥거루 한 마리가 뛰어간다
빛은 잘 들어옵니까
바람은 불어옵니까
이상하지,가
둘 수 없는 것의 안부를 묻는 일
어디선가
새들의 농담이 들리고
그의 배후를 바라본 것은, 저 나무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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