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 이향아
이 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나를 아직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나 보다
용서할 수 없음에 뜬눈의 밤이 길고
나처럼 일어나서
불을 켜는 사람이 있나 보다
즐펀히 젖어 있는 창문께로 가서
목늘여 달빛을 들여마시면
태기처럼 퍼지는
가까운 기별
나를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보다
용서받지 못할 일을 내가 저질렀나 보다
그의 눈물 때문에 온종일 날이 궂고
바람은 헝클어진 산발로 우나 보다
그래서 사시철 내 마음이 춥고
바람결 소식에도 귀가 시린가 보다 *
'이방인 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까워서 머나먼/유안진 (0) | 2023.10.12 |
---|---|
나의 방랑/랭보 (0) | 2023.07.13 |
여백/김백비 (0) | 2023.06.04 |
유월의 항구에서/조영황 (0) | 2023.05.23 |
너에게/최승자 (0) | 2023.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