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숲/이해인 6월의 숲에는 /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서정산책 2022.06.13
꼭두새벽/반기룡 꼭두새벽/반기룡 조용히 창을 열었습니다 개밥바라기 아직 멀쩡합니다 지나던 바람이 쏴아 몰려옵니다 그대의 영혼도 몰려오는 듯 합니다 창 턱 밑에서 산허리를 휘감은 듯 안개가 가물거리며 달려옵니다 그대가 호호 불며 이쪽으로 보낸 사랑의 입김인 듯합니다 (반기룡·시인) *개밥바라기: 저녁 때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金星)´을 속되게 이르는 말. 서정산책 2022.06.05
6월/이외수 6월/이외수 바람 부는 날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이외수·소설가, 1946-) 서정산책 2022.05.24
사월/오세영 4월 / 오세영 언제 우리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가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비찬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지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서정산책 202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