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을 향하여

9월의 기도/양광모 시인 9월에는 떠나간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려 다시 돌아오게 하소서 9월에는 떠나온 사람들에게 발걸음을 돌려 다시 돌아가게 하소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다시 돌아올 사람도 없고 다시 돌아갈 사람도 없는 9월이 찾아오면 나를 당신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은 사랑의 신, 아직은 여름인 내 심장에 가을을 주어 다시 나를 돌아가게 하소서 나의 영혼이 나에게 돌아오고 내가 나의 영혼에게 돌아가는 9월의 첫날로

8월의 기도/(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이글거리는 태양이 꼭 필요한 곳에만 닿게 하소서 가끔씩 소나기로 찾아와 목마른 이들에게 감로수가 되게 하소서 옹골차게 여물어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하소서 보다 더 후끈하고 푸르러 추위와 어둠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소서 갈등과 영욕에 일그러진 초상들을 싱그러운 산과 바다로 다잡아 다시 시작하게 하소서

하늘 통신/박두순 아동문학가 하늘이 핸드폰과 컴퓨터로 땅에 내려보내는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은 누가 받아 읽을까 대추와 밤이 읽은 모양이다 빨갛게 답을 썼다 감과 배가 읽은 모양이다 노랗게 답을 썼다 산새가 읽은 모양이다 삐이 쪼르 삐이 쪼르 대답한다 강물이 읽은 모양이다 찰랑찰랑 몸짓을 보낸다 산과 들, 강에서 읽는 하늘 통신 조금도 어색한 사연이 없다.하

7월을 맞으며 / 황금찬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