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정연복 낙엽을 밟으며/정연복 한철 그리도 푸른빛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던 무성한 잎새들 한 잎 두 잎 쓸쓸히 낙엽으로 지면서도 알록달록 폭신한 카펫을 깔아 세상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 아래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 인생의 사계(四季) 중 어느 틈에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 이.. 서정산책 2016.10.20
별/정지용 정지용 - 별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실로 이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듯, 솟아나듯, 불리울 듯, 맞어들일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이는 회한에 피어 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서정산책 2016.10.11
9월의 기도/문혜숙·시인 9월의 기도/문혜숙·시인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를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한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옵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 서정산책 2016.09.13
9월/오세영 9월/(오세영·시인, 1942-)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서정산책 2016.09.10
9월의 기도/박화목 9월의 기도/박화목 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 서정산책 2016.09.07
푸른 서書 / 조경희 푸른 서書 / 조경희 골짜기에 잠들었던 전설같은 바람이 개울로 내려오면 생각에 잠겼던 늙은 왕버들이 붓을드네 흐르는 물 한지 삼아 일필휘지( 一筆 揮之) 써 내려 가노라면 눈 맑은 송사리며 피라미가 읽기도 하고 동네 조무래기 참새들 시끄럽게 지저귀다 가기도 하네 뿌리 깊은 가문.. 서정산책 2016.08.21
꽃에 대한 경배/정연복 꽃에 대한 경배/정연복철 따라잠시 피었다가 머잖아 고분고분 지면서도사람보다 더오래오래 사는 꽃나 죽은 다음에도수없이 피고 질 꽃 앞에마음의 옷깃 여미고경배 드리고 싶다.피고 지는 인생 무상(無常)지고 다시 피는 부활의 단순한 순리(順理)를 가르치는 '꽃'이라는 말없이 깊은 .. 서정산책 201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