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산책

푸른 서書 / 조경희

헤븐드림 2016. 8. 21. 05:28










푸른 서書 / 조경희
골짜기에 잠들었던
전설같은 바람이 
개울로 내려오면
생각에 잠겼던 
늙은 왕버들이 붓을드네
흐르는 물 한지 삼아
일필휘지( 一筆 揮之) 
써 내려 가노라면
눈 맑은 송사리며 
피라미가 읽기도 하고
동네 조무래기 참새들 
시끄럽게 지저귀다 가기도 하네
뿌리 깊은 가문의 내력
세파에 흔들리면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온몸으로 읽던  
푸른 서(書),
뼛속이 시원하네
별들도 읽다 
잠드는 미명 (未明) 
바람마저 잦아들면
가부좌 튼 몸 
비로소 일으켜 세우고
안갯속으로 걸어가네





'서정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오세영  (0) 2016.09.10
9월의 기도/박화목   (0) 2016.09.07
꽃에 대한 경배/정연복  (0) 2016.08.19
민들레 /이해인  (0) 2016.08.07
나뭇잎 하나/김광규  (0) 201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