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리라 밤 비/ 리라 적막한 밤 쓸쓸한 사람이 걸어온다 젖은 길 위로 고독이 쏟아지고 손 흔들어 인사하며 눈물 글썽인다 창문을 닫는다 후두두둑 떨어지는 눈물 세상에 태어나 어둠 속을 사는 사람들은 오늘도 목마른데 누군가 창문을 연다 귓가에 울리는 메마른 목소리 젖어서 젖어서 더욱 타는 가슴들 고개를 떨구고 고개를 떨구고 밤비 속으로.. 리라자작글 2021.05.10
아이리스/리라 아이리스/리라 봄의 무희처럼 고혹적인 맵시를 뽐내는듯 참 꼿꼿하게도 서있구나 눈길을 먼데 주어 더욱 깜찍한, 매끄럽게 포개 싸인 잎들 저마다 도도하다 초록 요정들이 보랏빛 화관을 쓰고는 몇몇 짝을 이루어 머언 곳에서부터 나의 집에 나들이 온 것만 같구나 꽃들에게 말을 건넨다 "얘들아 맘껏 놀다 가렴 우리 뜨락엔 봄친구들이 많이 왔단다" 리라자작글 2021.05.08
제비꽃/리라 제비꽃/리라 숲길에 앉아 무얼 기다리나 작고 앙징맞은 모습 왠지 마음이 가서 보랏빛 얼굴에 눈 맞추었네 하필 널 닮은 나는 세상에 머무는 초라한 사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봄이면 인사하러 나온 너처럼 나의 봄은 언젠가부터 저 하늘에 계신 님이라! 주신 사랑 안고 봄마중 나가니 사월의 봄볕 따사하구나 리라자작글 2021.04.06
눈물 눈물/리라 삼키는 눈물을 또 삼키면 마음에 강 흐른다 흐느끼다 바다를 만나는 그런 강 그 물결, 수평선 너머로 지는 노을에 젖는다 철철 내리다 잦아드는 비의 여정처럼 붉은 바다는 왠지 푸른 파도를 안고 슬픔에 잠긴 것 같다 저녁 바닷가에 해당화 무리 피어있다 어둠이 깔리는 하늘을 보니 언뜻 언뜻 가슴에 박히는 별빛도 해당화 처럼 어여쁜 눈물, 눈물이었다 리라자작글 2021.03.30
오월/리라 오월/리라 녹음 짙고 세월 유수하다 하얀 아카시아 꽃 왠지 그 향기가 서럽다 높은 나뭇 가지에 새 한마리 신의 손길 절묘해 오늘은 은총이 나리길 오월같이 푸르고 새처럼 자유로운.. 눈부신 오월 가슴 움츠려 산 숱한 날들이 아쉬워라 리라자작글 2020.05.09
가을/리라 가을/리라 가만히 발 내딛어 9월의 문턱을 넘으면 꽃잎 지다가 떠나는 바람 소리 아쉬워 언제부턴가 이별을 연습하듯 가을은 오고 올 수 없는 날을 탓해 푸른 하늘을 보면 오오 낙엽처럼 떨어지는 이 우수.. 찬이슬 머금은 산국 향기 짙은데 아직도 진실이라는 이름을 기억에 새기고픈 빛바랜 기다림라면 다시 목울대 아픈 갈대처럼 우우 가슴으로 소리를 내야지 리라자작글 2019.09.07
초겨울/리라 초겨울/리라 새벽이면 잠을 깨어 나무들 옷을 벗는 소릴 듣는다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면 가슴에 서걱대는 불협화음 12월, 한해의 삶을 정리할 때가 온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들 눈물처럼 떨구던 푸념 심상에 얼룩진 자국 지워내고 닦아내고 버리고 그러다 문득 춥구나 겨울이 왔네 하며 생각의 문을 밀고 들어선 자리 아직은 푸른 하늘 아래 누군가가 서있다 한꺼풀 모순의 껍데기를 벗고 찬 공기 속에 떨고 있는 한 사람이.. 리라자작글 2018.12.08
장미/리라 장미/리라 수십겹 마음 감추고 가시 드러내도 타오르는 붉은 입술은 감추지 못하리 그 정념 뚝뚝 분질러 촛불처럼 켜놓고 꽃술에 붓는 회오의 눈물 아프다 아름다웠던 시절 가슴에 매어달려 꽃잎 한장 두장 떨어지고.. 오 차라리 눈을 감고 숨죽여 캄캄한 밤을 기다리리 리라자작글 2018.05.31
숲/리라 숲/리라 빼곡히 내민 나무의 손들은 차갑고 싱싱했다 우리는 길을 걸어 높고 큰 바위에 앉아 깊은 강물을 바라보았다 너를 생각하면 우수수 낙엽이 떨어진다 슬퍼서 죽어야 한다고 내 귓속의 문을 열고 습관처럼 들어와 앉은 말들 너무 젊지 않은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사실 이유는 핑.. 리라자작글 2018.05.14
오월/리라 오월 저 푸름 보이는가 가슴 활짝 열어 보이는 초록의 눈짓 느끼는가 오월의 나무들은 고단한 영혼에게 악수를 청한다 오늘만큼은 아카시아 향내 맡으며 꽃길 함께 걷자고 오늘만큼은 모든 시름 잊고서 실컷 웃어보자고 그 누가 이토록 정다운 편지를 건네주나 그 누가 이렇게 꽃향기 날.. 리라자작글 201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