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자작글 597

아이리스/리라

아이리스/리라 봄의 무희처럼 고혹적인 맵시를 뽐내는듯 참 꼿꼿하게도 서있구나 눈길을 먼데 주어 더욱 깜찍한, 매끄럽게 포개 싸인 잎들 저마다 도도하다 초록 요정들이 보랏빛 화관을 쓰고는 몇몇 짝을 이루어 머언 곳에서부터 나의 집에 나들이 온 것만 같구나 꽃들에게 말을 건넨다 "얘들아 맘껏 놀다 가렴 우리 뜨락엔 봄친구들이 많이 왔단다"

리라자작글 2021.05.08

눈물

눈물/리라 삼키는 눈물을 또 삼키면 마음에 강 흐른다 흐느끼다 바다를 만나는 그런 강 그 물결, 수평선 너머로 지는 노을에 젖는다 철철 내리다 잦아드는 비의 여정처럼 붉은 바다는 왠지 푸른 파도를 안고 슬픔에 잠긴 것 같다 저녁 바닷가에 해당화 무리 피어있다 어둠이 깔리는 하늘을 보니 언뜻 언뜻 가슴에 박히는 별빛도 해당화 처럼 어여쁜 눈물, 눈물이었다

리라자작글 2021.03.30

가을/리라

가을/리라 가만히 발 내딛어 9월의 문턱을 넘으면 꽃잎 지다가 떠나는 바람 소리 아쉬워 언제부턴가 이별을 연습하듯 가을은 오고 올 수 없는 날을 탓해 푸른 하늘을 보면 오오 낙엽처럼 떨어지는 이 우수.. 찬이슬 머금은 산국 향기 짙은데 아직도 진실이라는 이름을 기억에 새기고픈 빛바랜 기다림라면 다시 목울대 아픈 갈대처럼 우우 가슴으로 소리를 내야지

리라자작글 2019.09.07

초겨울/리라

초겨울/리라 새벽이면 잠을 깨어 나무들 옷을 벗는 소릴 듣는다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면 가슴에 서걱대는 불협화음 12월, 한해의 삶을 정리할 때가 온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들 눈물처럼 떨구던 푸념 심상에 얼룩진 자국 지워내고 닦아내고 버리고 그러다 문득 춥구나 겨울이 왔네 하며 생각의 문을 밀고 들어선 자리 아직은 푸른 하늘 아래 누군가가 서있다 한꺼풀 모순의 껍데기를 벗고 찬 공기 속에 떨고 있는 한 사람이..

리라자작글 201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