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리라
새벽이면 잠을 깨어
나무들 옷을 벗는 소릴 듣는다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면
가슴에 서걱대는 불협화음
12월,
한해의 삶을
정리할 때가 온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들
눈물처럼 떨구던 푸념
심상에 얼룩진 자국
지워내고
닦아내고 버리고
그러다
문득 춥구나 겨울이 왔네 하며
생각의 문을 밀고 들어선 자리
아직은 푸른 하늘 아래
누군가가 서있다
한꺼풀 모순의 껍데기를 벗고
찬 공기 속에 떨고 있는 한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