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일상 109

톨스토이의 부활에 대하여

그럴 리가 없어! 네흘류도프(Nekhlyudov)는 혼자 계속 생각했으나, 의심할 여지없이 바로 그 여자임을 깨달았다. 한때 그가 광적인 정열로 유혹하고 내팽개쳤던, 고모집의 양녀로 자란 바로 그 하녀가 틀림없었다.”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가 1899년에 발표한 소설 “부활(Resurrection)”의 한 장면이다. 살인과 절도 혐의로 법정에 선 여인을 본 순간, 그곳에 배심원으로 참석해있던 네흘류도프가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 그녀의 이름은 카츄샤 마슬로바(Katyusha Maslova). 오래 전, 고모 집에 머물고 있던 네흘류도프가 그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충동적으로 범한 여인이었다. 그가 떠난 후 카츄샤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고모는 화가 나서 그녀를 쫓아내버렸다..

리라의일상 2023.04.12

내가 좋아하는 오세영 시인

삶이 지쳐가기 시작한 날에 다가온 오세영 시인의 시는 자못 싱그런 서정감을 나에게 안겨다 주었다. 그저 읽기만 해도 가슴이 아련히 설레고 환상의 세계를 날아가는 듯한 그런 시상이 참 좋았다. 어떤 시에서는 인생에 대해서 깊은 눈으로 보게 해주는 시인의 철학이 나의 절망적인 마음을 일깨웠다고나 할까? 그러나 허무한 삶에 대한 치열한 싸움도 시인의 시에는 활개친다. 가끔 잠을 오래 자며 생존하기 위해 꿈을 꾸는 적이 있다. 보통 악몽이라고는 하는데 현실과는 너무 다른 내용의 사건이라 꿈 속에서도 당황할 때가 많다. 시인은 봄에 출현하는 모든 현상들을 생존에 촛점을 맞춘다. 어쩌랴.. 산다는 것은 숙명적인 매달림이기도 하니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시인의 바다를 생각하면 삶의 의지를 배우게 되는 터전, ..

리라의일상 2023.04.09

정지원 시인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감상

안치환님의 노래를 들으며 정지원 시인의 따뜻하고 깊은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깊고 긴 사랑의 숲과 산 그리고 강의 노래가 메아리로 울려 정들어가며 서로를 신뢰하며 마지막까지 우리를 지키게 하는 힘이된다는 표현이 아름답다. 세상에는 많은 노래들이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지만 좀더 건강한 존재의 의미를 노래로 알려주면 좋겠다. 흥을 돋구며 청중을 환호케 하는 노래, 또는 한이 많이 서린 노래, 사랑의 슬픔과 이별, 애환.. 이런 소재의 노래도 좋지만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삶의 가치와 길을 알리는 노래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리라의일상 2023.04.06

박두진의 시 '당신의 사랑 앞에'

전에 박두진 시인의 갈보리의 노래라는 서술형 장문의 시를 읽은 적이 있었다. 갈보리의 노래 해도 차마 밝은 채론 비칠 수가 없어 낯을 가려 밤처럼 캄캄했을 뿐. 방울방울 가슴의 하늘에서 내려 맺는 푸른 피를 떨구며, 아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늬………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늬……… 그 사랑일래 지지러져 죽어간 이의 바람 자듯 잦아드는 숨결 소리 뿐. 언덕이어. 언덕이어. 텅 비인 언덕이어. 아무 일도 네겐 다시 없었더니라. 마리아와 살로메와 아고보와 마리아와 멀리서 연인들이 흐느껴 울 뿐. 몇 오리의 풀잎이나 불리웠을지, 휘휘로히 바람결에 불리웠을지, 언덕이어. 죽음이어. 언덕이어. 고요여. 아무 일도 네겐 다시 없었더니라.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

리라의일상 2023.04.02

고개숙인 전두환 손자와 손 맞잡은 5·18 희생자 "격하게 환영한다"

오늘 난 이 기사를 읽고 울었다. 5.18 희생자에 대한 마음의 상처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회심한 한 젊은이의 기개를 보며 감격했다. 전두환의 손자라는 오명으로 살아가며 그가 용기를 내어 할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범죄를 대신해 광주에 가서 속죄하겠다는 결심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이 일을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댓가를 법적으로 받으려 한국에 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마음을 만지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청년이 그리스도의 선한 일꾼이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경찰 조사 직후 광주로 향해, 전두환 일가가 직접 5·18민주화운동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 마약류 투약 혐의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

리라의일상 2023.03.30

봄비 오는 날, 어머니께/리라

봄비 오는 날, 어머니께 /리라 온종일 참 구슬피도 우십니다 소리도 없이 자취도 없이 가만히 쓰다듬듯 두 눈 감아 꽃 한송이 건네며 이리도 가슴 적시고 가십니까? 가신 발걸음 따라 눈물 뿌리며 이 마음도 가리니 어디인들 언제까지인들 그 어여쁜 이름 잊히오리까? 사랑하옵는 나의 어머니! 부디 그 나라에서는 행복하옵소서 투명한 눈빛으로 보시던 그 얼굴 더욱 환히 빛나시옵소서 어머니! 죽음도 불사한 그 소망의 날개치며 부디 그 나라에서는 높이 높이 오르시옵소서

리라의일상 2023.03.10

어머니와의 세상 이별

어머니가 이제는 세상에 계시지 않아서 고통스런 연명치료 안하시고 떠나시기로 하신 작별 인사가 너무 슬퍼서.. 오늘은 이 찬양을 들으며 마음을 추스린다. 염을 하신 어머니의 얼굴에서 예쁜 미소를 보았기에 천상의 기쁨을 누리고 계신 어머니를 상상해본다. 그러나 눈물이 샘솟는 나의 가슴 한편에 세상 살아가면서 힘드셨던 그 세월이 맴도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나의 영혼에 새겨져 있는 까닭이다. 어머니는 주님을 참 사랑하셨고 전도를 하기 위해 하나님께 많은 시간을 드렸다 이제 내가 어머니를 추억하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머니께서 복음 전파를 위해 얼마나 애쓰셨는가이다. 어머니께서는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지난해에는 나를 좀 생소하게 대하셨다. 하지만 연륜이 빚어내는 질병의 증상을 어떻게 하랴 언젠가는 겪어야..

리라의일상 2023.03.03

시인 나태주님의 아름답고 감사한 산문[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정말 짧지만 강렬한 시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풀꽃시인 나태주! 시인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출간한 산문집이라니 시인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한 마음에 펼쳐보게 된다. ‘이세상에 필연성 없이 태어나는 생명이 있으랴.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 ​ 일단 책표지가 취향 저격! 어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색감의 꽃으로 표지를 삼았을까? 띠지마저 심쿵하는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나태주 시인의 프로필! 1945년 충남 서천 출생이라니 왜 그동안 몰랐을까! 나와 같은 충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게다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교단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어쩜 시인과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아이들에게 풀꽃 할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는 않았을까! ..

리라의일상 2022.10.01

9월에 들어서며../리라

가을의 문을 열고 바람이 나의 영혼에 머물어 지나가는 것들을 느끼며 자신에게 생의 모든 것에 어떤 의미를 두어 살았는가 묻는다. 여름엔 비가 자주 내렸고 집 뒤편의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랐고 꽃들도 분주히 피고 졌다. 오늘 아침엔 곤드레 잎을 한 바구니 체취해 끓는 물에 삶아 건져 식혀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두어 번 곤드레밥을 해먹어보니 맛이 괜찮아 부지런을 떨었다. 깻잎도 곧 송아리를 낼 것 같아 여린 잎을 모두 따서 물에 데쳐 얼려 놓았다. 내일은 금잔화 꽃을 따서 쪄 말려 겨울차로 준비해 놓으려 한다. 작년에 국화를 따 많이 말려 차로 먹었는데 맛이 별로 향기롭지도 않아 이번에는 국화는 따지 않기로 했다. 고구마, 호박, 감자, 마늘, 배추, 고추, 피망, 오이, 가지, 오크라, 딸기, 상추, 로메인..

리라의일상 2022.09.08

생각하기 그리고 말하기

요즘 들어서 읽는 시집 중 류시화 시인의 '꽃샘 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이 있다. 감동적인 시가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이 책은 책의 제목과 같은 느낌의 시집이다. 그리고 시인은 아래글과 같이 자신을 정의 할 때 좋아하는 것으로 하라고 한다. 내 생각에는 시인은 말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고 긍적적이며 가치있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라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하기/류시화 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나는 불행한 것이 싫어.’라고 말하는 사람과 ‘나는 행복한 것이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싫어하는 것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부여받은 예민함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위대한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어야 한다. 자기 주위에 벽을 쌓는 쪽으로 그 재능이 쓰여선 안 ..

리라의일상 202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