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를 켜다/홍수희 램프를 켜다 / 홍수희 먼저 어둠이 필요했네 나무가 한 잎 두 잎 제 몸에 노오란 램프를 켜기까지는 제 슬픔의 뿌리 깊은 데까지 제 한계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순결한 기름을 채유하기까지는 너를 밝혀주기 위하여는 먼저 나의 어둠을 밝혀야 하리 나무는 폭풍의 터널과 회한의 파도와 장마의 소용.. 이방인 회개 2011.09.24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도종환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 도종환의 노래 음악에 압도되어 버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 볼륨을 최대한 높여 놓고 그 음악에 무릎 꿇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대 위에 백기를 달아 노래 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항복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 이방인 회개 2011.09.23
무인도 /김종해 무인도/김종해 퇴계로에서 을지로를 지나고 청계천으로 걸어가는 동안 준부시장 행상인들이 잡아당기는 밧줄 오늘따라 무인도가 유달리 바다 위로 치솟아 보였다 눈마저 내리지 않는 외롭고 캄캄한 날 인파의 물살을 허우적이며 퇴계로에서 을지로로 노를 젓는 동안 내 돛대 위에 흐느끼던 깃발은 .. 이방인 회개 201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