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무인도 /김종해

헤븐드림 2011. 8. 31. 07:49


 

무인도/김종해

퇴계로에서 을지로를 지나고 청계천으로 걸어가는 동안
준부시장 행상인들이 잡아당기는 밧줄
오늘따라 무인도가 유달리 바다 위로 치솟아 보였다
눈마저 내리지 않는 외롭고 캄캄한 날
인파의 물살을 허우적이며
퇴계로에서 을지로로 노를 젓는 동안
내 돛대 위에 흐느끼던 깃발은
가만히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무인도는 점점 커다랗게 떠올라와 있었다
바다의 물살은 드높아지고
아무도없구나 아무도없구나
어느덧 내 마음 무인도에 가 흐느끼노니
내가 밟는 빈 도시의 어둠, 서울의 어둠
무인도여 무인도여 살아 있는 것이라곤 아무 데도 없구나
눈마저 내리지 않는 외롭고 캄캄한 날
중부시장 행상인들이 잡아당기는 밧줄은
한없이 풀려나가고
퇴계로에서 을지로를 지나 청계천으로 노를 젓는 동안
꿈꾸듯 깜박이는 내 배의 등불에
오늘은 무인도가 커다랗게 커다랗게
걸려들어 퍼덕이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