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잎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그 다음 날이 왔고그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가고또 갑자기 멈춘다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허공에 떠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 당기는 곳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그것들을 겨울 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