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 / 정와연 2013년 <영남일보> 시 당선작 말(馬) / 정와연 수선집 사내의 어깨에 말의 문신이 매어져 있다 길길이 날뛰던 방향 쪽으로 고삐를 묶어둔 듯 말 한 마리 매여 있다 팔뚝에 힘을 줄 때마다 아직도 말의 뒷발이 온 몸을 뛰어다닌다 고삐를 풀고 나갈 곳을 찾고 있다는 듯 연신 땀을 흘린다 저 날리는 갈기를, 콧김을, 이빨 .. 감사와 은총 2013.05.01
오천항의 공무도하가 / 하주자 오천항의 공무도하가 / 하주자 길이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돌아서 가렴 끝내거나, 돌아갈 수밖에 없는 길은 언제나 비경悲景이다 모래뻘에 찍힌 백수광부의 발자국이 비틀비틀 바다로 향하고 있다 그의 술병 속에서 들리는 소리 공후 뜯는 소리인지 비.. 감사와 은총 2013.04.26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김용택 (낭송 이혜선)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김용택 (낭송 이혜선)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 감사와 은총 2013.04.15
히키코모리 - 詩강정숙(낭송 임시연 히키코모리 - 詩강정숙(낭송 임시연) 손톱에 생긴 반점이 어느 순간 상현으로 차올랐다 손톱을 물어뜯는 동안 겨울이 왔고 휘파람을 불던 그 애가 눈보라를 몰아쳐 온 날 이었다 상처 내지 말자며 서로 암묵적 약속을 하는 동안 그쳤던 눈송이가 목화송이로 변했고 나는 머리끝까지 솜이.. 감사와 은총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