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 감사와 은총 2013.04.07
즈믄밤 파반느/최정신 즈믄밤 파반느 잔업을 거두는 경계에 진물이 흐른다 전생을 버린 잔영이 서녘에서 환한 등을 끈다 초저녁 이랑에 물별이 하나 둘 음표를 그린다 폭설의 잔해가 쓰다만 편지처럼 구겨진 골목 바람 현이 굽은 악보를 탄금한다 이번 생에서는 단 한 번도 개입한 적 없는, 또한 없을 마감뉴스.. 감사와 은총 201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