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즈믄밤 파반느/최정신

헤븐드림 2013. 3. 19. 23:16

 


 


    즈믄밤 파반느


     

     

    잔업을 거두는 경계에 진물이 흐른다

    전생을 버린 잔영이 서녘에서 환한 등을 끈다 

    초저녁 이랑에 물별이 하나 둘 음표를 그린다
    폭설의 잔해가 쓰다만 편지처럼 구겨진 골목 바람

    현이 굽은 악보를 탄금한다
    이번 생에서는 단 한 번도 개입한 적 없는,

    또한 없을 마감뉴스 장밋빛 입술에서 핀

    말의 꽃에는 향기가 없다

    적막 안에서 무뇌가 근친이다 어둠은 편견을 취한 적

    없어 그 얼마나 다행인가 초췌함으로 탕진한 아[我]를

    검은 휘장이 위장해 준다
    계절은 얼음 빗장뼈 아래 물길을 트느라 꽃잠을 반납하고  

    어둠이 길인 밤 고양이 음이 야윈 달빛을

    불쑥 내밀고 멀어진다

    나를 베낀 먼 후일  낡은 페이지에 쓰일

    체언은 어떤 서간체로 남겨질까  

    적도를 넘는 남풍에 편승한 이승을 머물던

    인연들, 되 짚어오는 종종걸음 꽃차례 지표 위

    나날이 연둣빛 전언을 타전할 것이다

    종착지 없는 여정이 긴 밤 써레질이다

    몸 마디 하나 툭 꺾여나가는 백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