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히키코모리 - 詩강정숙(낭송 임시연

헤븐드림 2013. 4. 12. 23:23








    히키코모리 - 詩강정숙(낭송 임시연)


    손톱에 생긴 반점이 어느 순간
    상현으로 차올랐다
    손톱을 물어뜯는 동안 겨울이 왔고
    휘파람을 불던 그 애가 눈보라를 몰아쳐 온 날 이었다
    상처 내지 말자며 서로 암묵적 약속을 하는 동안
    그쳤던 눈송이가 목화송이로 변했고
    나는 머리끝까지 솜이불을 끌어 덮었다
    할머니는 나의 장래를 걱정하다 잠드셨다 문지방까지
    쌓인 눈 때문에 콧등 위로 빛이 차올랐다
    흰빛에 찔려
    낮인지 밤인지 알지 못해도
    손톱이 자랄 때까지 말을 잃고 살 것을 알게 됐다
    골목에선 아이들이 밤새처럼 웃어대고
    아직 초경도 끝나지 않았는데
    가슴이 무너졌다
    숨통만은 틔어놔야 한다 꿈속까지 찾아온 할머니는
    내 옷자락을 풀어 제쳤다
    나는 미친 듯이 눈사람을 낳았다
    빨강 보라 연두 주황 색색의 핏방울을 흘려보냈다
    그것들을 꼭꼭 숨겼다
    할머니 가시고 눈더미가 무너지고
    손톱은 덜 자랐고 하현이 떠올랐다
    계절이 바뀌어도 녹지 않는 눈사람,
    나를 꺼내주기 위해 아무도 오지 않았다.


    *히키코모리 * 은둔형 외톨이


    강정숙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시조부분) 수상 . 제11회 수주문학상 수상
    시집 : 환한 봄날의 장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