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두어 번 흙을 적시고 덩달아 진눈깨비도 몇차례 들러갔다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날씨가 나무들과 꽃들을 주춤거리게 한다 뒷 뜰에 심어놓은 채소도 아직 고개를 내밀지 않고 아무래도 이번 봄은 4월 말쯤이나 되야 제 모습을 드러내려나보다 오늘도 제법 쌀쌀한 바람때문에 겨울쟈켓을 입고 일터에 걸어왔다 곽재구 시인의 시 사월의 노래가 제격인 아침이다
사월의 노래/곽재구
사월이면 등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며 첼로 음악을 듣는다
바람은 마음의 골짜기 골짜기를 들쑤시고
구름은 하늘의 큰 꽃잎 하나로 마음의 불을 가만히 덮어주네
노래하는 새여 너의 노래가 끝난 뒤에 내 사랑의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다오
새로 돋은 나뭇잎마다 반짝이는 연둣빛 햇살처럼 찬란하고 서러운 그 노래를 불러다오.
하지만 이 시와는 무척 대조적인 엘리엇의 장편시 황무지의 앞부분이 생각난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주었다.” 시인은 후대의 사람들의 정신적 사고의 고갈에 마땅치 않은 듯한 글을 쓰기라도 한 모양이다
또한 2014년 4월 16일, 우리에겐 476명 중 무려 304명의 청소년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건이 있다
그리고 1948년 3만명이 학살 당한 참혹한 제주 4,3 사건도 있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결국 가슴 아픈 달이라 하겠다 밑에 사진은 처형을 기다리는 그 때 제주 민중 의 모습이다
봄이라서 좋은데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 제주 4,3 사건 때 참형 당한 피의 물결이 꼭 꽃무리 같아서 세월호 침몰 어린 청소년들의 한서린 넋들이 마치 유채꽃밭같아서.. 그들의 억울한 죽음이 너무 슬퍼서 사월은 아직도 내 가슴에 춥게 느껴지는 달인가보다 희생된 사람들의 남은 가족들을 위해 글 하나 바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