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일상

4월은 잔인한 달...

헤븐드림 2018. 4. 7. 01:22

봄비가 두어 번 흙을 적시고 덩달아 진눈깨비도 몇차례 들러갔다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날씨가 나무들과 꽃들을 주춤거리게 한다 뒷 뜰에 심어놓은 채소도 아직 고개를 내밀지 않고 아무래도 이번 봄은 4월 말쯤이나 되야 제 모습을 드러내려나보다 오늘도 제법 쌀쌀한 바람때문에 겨울쟈켓을 입고 일터에 걸어왔다 

곽재구 시인의 시 사월의 노래가 제격인 아침이다




사월의 노래/곽재구



사월이면
등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며
첼로 음악을 듣는다

바람은
마음의 골짜기
골짜기를 들쑤시고

구름은 하늘의
큰 꽃잎 하나로
마음의 불을 가만히 덮어주네

노래하는 새여
너의 노래가 끝난 뒤에
내 사랑의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다오

새로 돋은 나뭇잎마다
반짝이는 연둣빛 햇살처럼
찬란하고 서러운 
그 노래를 불러다오.


하지만  이 시와는 무척 대조적인  엘리엇의 장편시 황무지의 앞부분이 생각난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주었다.”

시인은 후대의 사람들의 정신적 사고의 고갈에 마땅치 않은 듯한 글을 쓰기라도 한 모양이다 


또한 2014년 4월 16일, 우리에겐  476명 중 무려 304명의 청소년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건이 있다 






그리고 1948년 3만명이 학살 당한 참혹한 제주 4,3 사건도 있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결국 가슴 아픈 달이라 하겠다 밑에 사진은 처형을 기다리는 그 때 제주 민중

의 모습이다





봄이라서 좋은데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 제주 4,3 사건 때 참형 당한 피의 물결이 꼭 꽃무리 같아서 세월호 침몰 어린 청소년들의 한서린 넋들이 마치 유채꽃밭같아서.. 그들의 억울한 죽음이 너무 슬퍼서 사월은 아직도 내 가슴에 춥게 느껴지는 달인가보다  희생된 사람들의 남은 가족들을 위해 글 하나 바치고 싶다

살아야지요/리라



목숨같은 내 아이가 죽어서

가슴에 품은 사람들에겐

봄은 없어요


텅빈 가슴

캄캄한 벽 속에서

살아갈 뿐이지요

 

아무리 손을 잡아줘도

너무 늦었네요

무슨 이야기해도 

위로가 안되지요


겨울지나고

봄이 왔어도

그들에겐 다시 겨울


알아요 

삶은 슬픔의 벼랑 끝에

적막과 상실로 매달린

찬 바람일 뿐이지요


그러나

우리 다시 살아요

언젠가 아이들 만날 그날을 위해

죽을만큼 보고싶어도

그날을 위해

 

가슴치며

울면서도 살아야지요

이 광풍 지나갔으니

곧 미풍도 불 것입니다


우리들 얼굴에

미소는 사라졌지만

우리들 가슴에

아이들이 지금도 살아있으니까요




여전히 꽃은 피고 산에는 푸름이 앉았는데 가버린 사람들은 말이 없다 남은 사람들 아프고 무기력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연히 자기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모른다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모진 세월 살아남아서 너무 일찍간 영혼대신 좋은 일도 하고 보람된 삶도 이어서

세상에서 조그만 촛불이라도 되어 어둠을 비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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