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왕국 이스라엘의 아합왕은 시돈 나라의 공주였던 이세벨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바알 숭배자였던 이세벨은 왕비가 된 후 이스라엘 전역에 바알을 위한 산당을 지었고, 그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로보암이 만든 금송아지 우상뿐만 아니라 바알까지 숭배하게 되었다(열왕기상 16:30~32). 이처럼 아합왕과 이세벨로 인한 하나님의 진노가 극심했던 그 시대에 활동했던 선지자가 바로,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두른 디셉 사람 엘리야였다(열왕기하 1:7~8).
이세벨의 악행
바알 숭배자인 이세벨은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죽이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우상숭배에 빠진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로 3년 6개월간 비가 오지 않아도 왕궁의 대신이었던 오바댜가 그나마 백 명밖에 남지 않았던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동굴에 숨기지 않았다면, 하나님의 선지자들은 씨가 말랐을 것이다(열왕기상 18:3~4).
또한 갈멜산에서의 대결에서 엘리야가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 권능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경외하기는커녕 이제는 엘리야까지 죽이려 들었으니 이 정도면 바알의 광신도라 칭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야의 갈멜산 대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엘리야, 갈멜산에서 거짓 선지자들과 대결을 펼치다
그러나 이세벨이 얼마나 사악한 자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은 따로 있다. 바로 ‘나봇의 포도원’ 사건이다.
나봇의 포도원 사건
때는 이스라엘과 아람 사이의 전쟁이 끝난 직후였다. 이세벨의 남편이었던 아합왕은 정말 뜬금없게도, 왕궁 인근에 있는 포도원이 갖고 싶어졌다. 이것을 ‘뜬금없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아름다운 포도원을 갖고 싶었던 이유가 그곳을 ‘나물 밭’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열왕기하 21:2). 멀쩡한 포도원을 나물 밭으로 바꾼다는 건 당최 무슨 발상인가? 아무튼 그 포도원은 이스르엘 사람 나봇의 것이었기에 나물 밭을 삼든 어쩌든 나봇에게서 그 포도원을 받아야 했다. 아합왕은 나봇에게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나봇의 포도원을 자신에게 달라고 청한다.
하지만 나봇은 아합왕의 청을 거절했다. 그 땅은 조상들의 유업이므로 왕에게 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율법의 가르침과도 일치하는 사유였다. 그쯤 했으면 수긍할 만도 한데, 아합왕은 그 포도원이 너무 갖고 싶었던 나머지 식사까지 마다하고 침상에 누워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이세벨이 아합을 위해 계략을 냈으니 그 계략인즉슨, 금식을 선포하고 백성들을 불러모은 후 나봇을 높은 곳에 앉히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불량배를 통해, 나봇이 하나님을 욕했다는 거짓 증언을 퍼뜨린 후 그것을 빌미로 그를 돌로 쳐서 죽이려는 계획이었다. 한마디로 죄 없는 사람을 모함해서 죽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나봇은 죽고 아합은 그 포도원을 갖게 되었다. 본래 갖지 못할 포도원이었지만 포도원 주인 나봇을 죽여서까지 그것을 빼앗는 악행을 저지른 것이다. 나봇의 포도원 사건에 대한 자세한 경과와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예언에 대한 내용은 ‘나봇의 포도원 사건 속에 숨은 이세벨의 계략’이라는 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이세벨의 악행을 더는 좌시하지 않으시고자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보내신다.
저주받은 이세벨, 그녀의 최후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러 아합왕이 내려왔을 때, 그곳에는 엘리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야는 아합을 저주한 것은 물론, 아합을 충동질한 이세벨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저주를 내렸다.
이세벨에게 대하여도 여호와께서 말씀하여 가라사대 개들이 이스르엘 성 곁에서 이세벨을 먹을지라 … 예로부터 아합과 같이 스스로 팔려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한 자가 없음은 저가 그 아내 이세벨에게 충동되었음이라
열왕기상 21:23~25
이뿐 아니라 엘리야의 제자였던 엘리사를 통해서도 이세벨의 처참한 죽음을 재차 예언하셨다. 그 예언대로 이스라엘에서 예후를 필두로 종교개혁의 성격을 띤 쿠데타가 벌어졌을 때, 이세벨은 창문 밖으로 내던짐을 당했고 그 시체는 예후에게 밟힘을 당했다.
쿠데타가 마쳐진 후 예후는, 그래도 이세벨이 왕가의 딸이었던 만큼 최소한의 장례 정도는 치러주려 했으나 그녀의 시체는 머리와 손발밖에 찾을 수 없었다. 개들이 그 시체를 뜯어먹고 그 남은 것들은 밭의 거름처럼 되어, 본디 이세벨의 몸뚱이였음을 알아볼 수조차 없게 훼손되어버린 것이다. 엘리야 이세벨 갈등은 이렇게 처참하게 끝났다. 이토록 참혹한 죽음은 성경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