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일상

박두진의 시 '당신의 사랑 앞에'

헤븐드림 2023. 4. 2. 04:15

박목월(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조지훈, 박두진 시인이 1946년 9월 서울 종로의 한 다방에서 열린 ‘청록집’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청록집’은 이들 청록파의 근간이 된다.이은선 작가 박두진을 정의하

 

 

전에 박두진 시인의 갈보리의 노래라는 서술형 장문의 시를 읽은 적이 있었다.

 

갈보리의 노래

 

< 1 >

해도 차마 밝은 채론 비칠 수가 없어

낯을 가려 밤처럼 캄캄했을 뿐.

방울방울 가슴의

하늘에서 내려 맺는 푸른 피를 떨구며,

아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늬………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늬………

그 사랑일래 지지러져 죽어간 이의

바람 자듯 잦아드는 숨결 소리 뿐.

언덕이어. 언덕이어. 텅 비인 언덕이어.

아무 일도 네겐 다시 없었더니라.

마리아와 살로메와 아고보와 마리아와

멀리서 연인들이 흐느껴 울 뿐.

몇 오리의 풀잎이나 불리웠을지,

휘휘로히 바람결에 불리웠을지,

언덕이어. 죽음이어. 언덕이어. 고요여.

아무 일도 네겐 다시 없었더니라.

< 2 >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가 있었는가?

뜨물 같은 치욕을, 불붙는 분노를, 에여내는 비애를, 물새 같은 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가 있었는가? 꽝 꽝 쳐 못을 박고, 창끝으로 겨누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맞추어 배반하고, 매어 달아 죽이려는, 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강할 수가 있었는가?

파도같이 밀려오는 승리에의 욕망을 어떻게 당신은 버릴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패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약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이길 수가 있었는가?

방울방울 땅에 젖는 스스로의 혈적(血滴)으로, 어떻게 만민들이 살아날 줄 알았는가? 어떻게 스스로가 神인 줄을 믿었는가? 크다랗게 벌리어진 당신의 두 팔에 누구가 달려들어 안긴 줄을 알았는가?

엘리……엘리……엘리……엘리……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가 매어달아, 어떻게 당신은 죽을 수가 있었는가? 神이여! 어떻게 당신은 인간일 수 있었는가? 인간이여! 어떻게 당신은 神일 수가 있었는가?

아! …… 방울방울 떨구어지는 핏방울은 잦는데, 바람도 죽고 없고 마리아는 우는데, 마리아는 우는데, 人子여! 人子여! 마즈막 쏟아지는 폭포 같은 빛줄기를 어떻게 당신은 주체할 수 있었는가?

< 3 >

무엇이 여기서는 일어나야 하는가. 갈보리의 하늘은 여전하구나. 하늘도 해도 있고 여전하구나.

비틀거리며 비틀거리며 지고 오른 나무들엔 피와 땀의 기름 번들거려 하늘 아래 고웁기도 하구나.

내가 쓰는 면류관 가시관 위에, 아으 무지개처럼 이제야 둘러 피는 원광을 보라!

진달래를 이기듯, 네 군데의 못자국은 네 군데의 꽃! 솟구쳐 나온 고운 피여!

먼 먼 은하에도 한줄기의 피와 강은 서는데, 떨궈지는 방울마다 타는 목마름, 아으 죽음소리,

어둠소리……한낮의 갈보리는 캄캄해져 오는데 땅들은 갈라지고 무덤들은 트는데,

엘리…… 엘리…… 엘리…… 아으 사랑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이제야 다시 한 번 껴안게 하라. 죽음을, 원수를, 어둠을, 밤을 이제야 다시 한 번 껴안게 하라.

쏟아지는 먹비 대신 찬란한 빛 발하는 함빡 빛발들이 쏟아져 오면 가슴마다 새로 발해 빛이 솟으면,

사랑이여! 꽃 빛깔 꽃 빛발에 쓰러지게 하라, 파다아하게 서로 안게 쓰러지게 하라.

파다아하게 서로 안고 일어나게 하라.

 

이 시와 일맥상통하는 당신의 사랑 앞에라는 시는 간결체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한 것 같다.

고 박두진 시인의 시를 보면 그는 그리스도인이다.  특히 당신의 사랑 앞에 이 시에서 더욱 성숙한 믿음으로 주님을 만나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기에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며 말할 수 없는 그 은혜에 열정적인 반응을 하는 시인을 본다.

일제 치하를 거쳐 6.25 동란과 남북분단이라는 험난한 시대를 거친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시인이다.

청록파는 박목월이 조지훈과 박두진과 함께 출간한 청록집에 의해 불려진 이름이다

 

 

 

박두진의 첫 시집인 <해>의 표제가 된 이 시는 일제 암흑기의 어둠을 몰아낸 8·15 광복이라는 벅찬 기쁨에 민족의 염원과 이상을 ‘해’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해’는 새로운 탄생과 창조의 근원(평화 공존의 원동력)으로 이해될 수 있고, 시대와 관련해 볼 때, 조국의 밝고 원대한 이상으로 볼 수도 있겠다. 광복의 감격과 그 후의 격동 속에서 장차 펼쳐질 밝은 미래와 사랑과 평화로 대화합이 이루어지는 낙원의 모습을 그렸다.

희망찬 미래의 조국을 상징하는 시구를 찾아 보자.‘해가 솟는 청산’의 의미를 알아 보자.

 

․ 성격 : 열정적, 상징적, 예언적, 미래 지향적

․ 특징 : 강렬한 남성적 의지, 4음보의 급박한 리듬

․ 구성 : 새로운 세계의 염원(1연)

  절망의 거부(2연)

  새로운 세계와의 친화(3연)

  화해와 평화의 삶.(인간과 자연과의 친화)(4,5연)

  낙원에서의 대화합을 소망(6연)

․ 제재 : 해

․ 주제 : 민족의 웅대하고 기쁨에 찬 미래상 추구

게다가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기독교의 낙원을 의미하는 시인의 소망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