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사방에 안개처럼 자욱하다. 나무에도 풀잎에도 꽃봉우리에도 봄비가 살며시 자꾸 자꾸 내려 앉는다.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은데 왠지 포근한 풍경, 하루종일 봄비가 내리는 날이다.
내 가슴에도 스며드는 봄비.. 뭐랄까 형체도 없는 것이 소근거리고 있는 듯 마냥 정겹다.
아무 조건도 없이 봄이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의 은혜다.
어제는 봄볕에 나른하던 삼라만상이 오늘은 문득 졸음에서 깨어나 목을 축이는 양 싱그러운 눈빛을 반짝인다.
꽃, 나무, 풀 뿐이랴.. 돌들도 모래알도 흙도 반기는 봄비가 아니던가?
졸졸졸 흐르던 시냇물도 박수치듯 힘차게 물결치는구나!
이곳 저곳에서 쑤욱 쑤욱 고개를 들고 불러주는 생명의 노래일 것이다.
우산을 받쳐들고 봄비 속을 걷는다.
내 눈에 비치는 거리가 한 폭의 봄 풍경이다.이토록 평화로운 날이 또 올까하는 생각에 잠깐 나는 슬프다.
아마 삶의 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게다.
봄비와 와요! 하며 눈 들어 하늘을 보면 봄비처럼 내 안에 가득한 생명의 소리를 듣는 이 하루가
다시 다가온 삶의 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