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리라
가을 하늘을 닮고 싶다
저 청정한 그늘 아래 서있고 싶다
가슴 시려도
깊어진 상념의 끝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오래된 일기장을 넘기며
다시 안아보는 서툰 젊은 날의 과오들
무거워지는 머리를 숙이고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사랑했다고
통증처럼 찔리고 또 찔리는 변명때문에
가을은 더욱 아픈 계절
그립다고
보이지 않는 얼굴을 그려봐도
가을은 또 다시 추운 추억의 방
아직은 살아있어서
그래도 고백어린 회한의 거리를 지나
시월의 한 복판에서 서성이는
나의 고루한 영혼이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