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고 선언한 작가, 아니 에르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0년 프랑스 릴본이라는 노르망디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카페 겸 상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통신대학 교수로 일했다. 1974년 소설 ‘빈 옷장’으로 데뷔한 이래, 그의 삶은 끊임없이 작품 속에 그려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작품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은 작가 자신의 삶이자 바로 우리의 삶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자신의 작품을 모은 총서 ‘삶을 쓰다’ 서문에서 아니 에르노는 ‘삶’이라는 명사 앞에 정관사를 붙인 이유를 이야기한다. 나의 삶도 아니고, 그녀의 삶도 아니고, 어떤 이의 삶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