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378

감사할 이유/문인귀 시인

감사할 이유/문인귀 당신은 밤을 통해 우리에게 꿈을 꾸도록 하십니다 밤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은하의 흐름에 배를 띄우고 달을 맞는 싱그러운 꿈을 가지도록 말입니다 은하에서 길어 온 풀잎 하나 하나에까지 온 세상 흩뿌려 맺힌 이슬로 아침 햇살은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아이의 고운 보조개가 패이며 커튼을 젖히는 내 이마에 와 부딪는 건강한 하루가 가벼운 발걸음을 시작하게 합니다 당신이 손수 빚어 만드신 세상이기에 공평하신 당신의 호흡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누가 씨앗을 뿌려도 생명의 대를 잇게 하는 바로 그 신비한 진리는 우리의 가슴에 새로운 씨앗이 되어 움을 트게 합니다 젊은 여름 날 철없이 나대는 발길 앞에서 당신은 김을 매십니다 돌멩이를 집어내십니다 그리고 조용히 물꼬를 대어 당신이 바라는 형..

감사와 은총 2022.09.29

선물/박종성 시인

선물/박종성 하늘에 태양과 달을 띄운 것은 당신의 큰 선물이다 지상에 물과 바람을 주신 것도 당신의 큰 선물이다 걷는 곳마다 보는 것마다 당신이 지은 것이니 당신의 품안에서 모든 것이 숨쉰다 그 자비와 사랑을 잊고 사는 어두운 자여 자신의 존재가 자신 때문에 살아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 세상 속 벌레 하나, 풀잎 하나까지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태어났으니 그 은혜에 감사하라

감사와 은총 2022.09.08

내 시를 찾아가다가/임보

내 시를 찾아가다가 / 임보 란 내 글이 담양의 어느 떡갈비집에 크게 걸려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처럼 고향 내려가는 길에 찾아갔더니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느냐고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50분도 더 넘어야 한다는 대답이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이리 붐빈 걸 보면 이 집의 남다른 비결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일정에 쫓겨 그 집의 갈비 맛도 못 보고 되돌아오면서 차 속에서 생각한다 음식 맛도 음식 맛이겠지만, 어쩌면 시가 걸린 집이어서 세상의 구미를 당긴 건 아닌지― 걸린 시의 작자가 찾아왔다고 주인에게 밝혔다면 혹 자리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아내는 투덜거리고, 아들 녀석은 농담 삼아 무단 게시에 대한 저작권을 운운하기도 하지만― 시가 밀려나고 있는 삭막한 이 시대에 손님들로..

감사와 은총 2022.07.30

복된 일/김소엽

복된 일/김소엽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꽃에는 이슬이 있고 내 눈에는 눈물 있음이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으니 이 어찌 아니 기쁘랴 무엇을 근심하랴 위에는 바라볼 파란 하늘이 있고 아래는 든든히 설 굳센 땅이 있고 하늘에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땅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 어찌 아니 평안하랴 눈을 뜨면 산과 들, 새와 나무, 풀과 바람 서로 만나 노래하고 내 곁에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고 내 가슴에는 사랑이 있으니 이 어찌 아니 감사하랴 (김소엽·시인, 1944-)

감사와 은총 2022.07.15

은혜/김남조

은혜/김남조 (1927∼ )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주시던 날 그날 하루의 은혜를 나무로 심어 숲을 이루었니라 물로 키워 샘을 이루었니라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그리움이게 하신 그 뜻을 소중히 외롬마저 두 손으로 받았니라 가는 날 오는 날에 눈길 비추는 달과 달무리처럼 있는 이여 마지막으로 나에게 너를 남겨 주실 어느 훗날 숨 거두는 자리 감사함으로 두 영혼을 건지면 다시 은혜이리

감사와 은총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