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375

내 시를 찾아가다가/임보

내 시를 찾아가다가 / 임보 란 내 글이 담양의 어느 떡갈비집에 크게 걸려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처럼 고향 내려가는 길에 찾아갔더니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느냐고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50분도 더 넘어야 한다는 대답이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이리 붐빈 걸 보면 이 집의 남다른 비결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일정에 쫓겨 그 집의 갈비 맛도 못 보고 되돌아오면서 차 속에서 생각한다 음식 맛도 음식 맛이겠지만, 어쩌면 시가 걸린 집이어서 세상의 구미를 당긴 건 아닌지― 걸린 시의 작자가 찾아왔다고 주인에게 밝혔다면 혹 자리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아내는 투덜거리고, 아들 녀석은 농담 삼아 무단 게시에 대한 저작권을 운운하기도 하지만― 시가 밀려나고 있는 삭막한 이 시대에 손님들로..

감사와 은총 2022.07.30

복된 일/김소엽

복된 일/김소엽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꽃에는 이슬이 있고 내 눈에는 눈물 있음이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으니 이 어찌 아니 기쁘랴 무엇을 근심하랴 위에는 바라볼 파란 하늘이 있고 아래는 든든히 설 굳센 땅이 있고 하늘에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땅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 어찌 아니 평안하랴 눈을 뜨면 산과 들, 새와 나무, 풀과 바람 서로 만나 노래하고 내 곁에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고 내 가슴에는 사랑이 있으니 이 어찌 아니 감사하랴 (김소엽·시인, 1944-)

감사와 은총 2022.07.15

은혜/김남조

은혜/김남조 (1927∼ )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주시던 날 그날 하루의 은혜를 나무로 심어 숲을 이루었니라 물로 키워 샘을 이루었니라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그리움이게 하신 그 뜻을 소중히 외롬마저 두 손으로 받았니라 가는 날 오는 날에 눈길 비추는 달과 달무리처럼 있는 이여 마지막으로 나에게 너를 남겨 주실 어느 훗날 숨 거두는 자리 감사함으로 두 영혼을 건지면 다시 은혜이리

감사와 은총 2022.06.28

감사/김현승

감사 /김현승 감사는 곧 믿음이다. 감사할 줄 모르면 이 뜻도 모른다. 감사는 반드시 얻은 후에 하지 않는다. 감사는 잃었을 때에도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는 곧 사랑이다. 감사할 줄 모르면 이 뜻도 알지 못한다. 사랑은 받는 것만이 아닌 사랑은 오히려 드리고 바친다. 몸에 지니인 가장 소중한 것으로-- 과부는 과부의 엽전 한푼으로, 부자는 부자의 많은 寶石으로 그리고 나는 나의 서툴고 무딘 納辯의 詩로...... . (김현승·시인, 1913-1975)

감사와 은총 2022.06.23

은총/정연복

​ * 은총(恩寵) -정연복(1957~ )- ​ 은총은 소낙비처럼 퍼붓지 않아도 좋아라 ​ 그분을 내 마음에 모신 것이 언제였던가 ​ 첫사랑의 순수한 기쁨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 나의 작은 가슴이 터질 듯 충만했던 그때 이후 ​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길 가만히 뒤돌아보면 ​ 아! 한순간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그분의 한결같은 동행 ​ 크신 그 은총 생각할 때마다 남몰래 눈물짓네 ​ 오늘도 그분의 은총의 이슬비 아롱아롱 나의 눈물로 맺혔어라

감사와 은총 2022.06.17

6월의 시/김남조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물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6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감사와 은총 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