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내 시를 찾아가다가/임보

헤븐드림 2022. 7. 30. 05:43

 

 

내 시를 찾아가다가 / 임보

 

 

<마누라 음식 간보기>란 내 글이

담양의 어느 떡갈비집에 크게 걸려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처럼 고향 내려가는 길에 찾아갔더니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느냐고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50분도 더 넘어야 한다는 대답이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이리 붐빈 걸 보면

이 집의 남다른 비결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일정에 쫓겨 그 집의 갈비 맛도 못 보고

되돌아오면서 차 속에서 생각한다

음식 맛도 음식 맛이겠지만, 어쩌면

시가 걸린 집이어서 세상의 구미를 당긴 건 아닌지―

 

걸린 시의 작자가 찾아왔다고 주인에게 밝혔다면

혹 자리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아내는 투덜거리고, 아들 녀석은 농담 삼아

무단 게시에 대한 저작권을 운운하기도 하지만―

 

시가 밀려나고 있는 삭막한 이 시대에

손님들로 하여금 시를 생각하게 하는 그 주인이

얼마나 갸륵한 마음을 지녔는가?

고마워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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