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아침은 춥다 가을이 깊기 때문이다 옷깃을 여미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 텅빈 마음을 만져본다 길을 걸으면 사각거리며 발치에서 아프다 신음하는 낙엽들이 애처롭다 무엇이 이토록 섣불리 다구치며 가던 길에서 돌아서라 하는가 화가난 듯한 하늘의 푸른 눈초리가 매섭고 강물 출렁이는 소리가 위험스럽게 들리는데 삶을 기억하는 순간들이 모여 내 안에서 함께 고함을 치며 항의한다 "그래도 가던 길을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가끔은 외로워질 법한 존재의 의무가 홀로 길을 걷는다 고독하다는 생각을 다잡고 철저히 혼자만의 상념과 생의 추구에 집중해본다 가을은 새삼스럽게 홀로라는 만족감을 되새기게 한다 음악에 맞추어 발걸음을 떼고 이제는 회한도 없는 삶의 무료함 속에서도 낭만을 찾는다 지나간 슬픔과 고통 속에 잠재된 의식이 내 자아를 다시 깨워도 그럭저럭 걷는 이 길에서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수긍해본다
구월의 편지 /리라
옷깃을 여미며 바람의 소식을 듣습니다
하필이면 청옥빛 하늘, 그 맑음일까요?
하필이면 은빛 구름떼, 그 눈부심일까요?
아름다운 가을 풍경들이
무척 야속합니다 살면서 빛바랜 표정들, 수그린 고개들 들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그래도 행복하다고 눈시울 붉히는 코스모스
아! 구절초 하얗게 무리져 가을 바람에 흔들립니다 2016년 9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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