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의 시인, 신경림이 3년 여에 걸쳐 한국 현대시사를 빛낸 22명의 시인들의 자취를 찾아 나섰다. 생가와 시비, 살았던 곳 등 시인들의 삶의 족적을 들여다보고 삶의 족적과 시의 긴밀한 관련을 파헤쳤다. 저자 역시 기행을 통해 '시를 재미있게 읽는 법'을 터득했다는데, 시를 재미있게 읽고 싶어하는 사람,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사들, 그리고 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정지용 : 「향수」와 「다알리아」의 이미지
조지훈 : 멋과 지조
신석정 : 목가적인 참여시인
김종삼 : 내용 없는 아름다움
신동엽 : 민족적 순수와 반외세
박용래 : 눈물과 결곡의 시인
박봉우 : 조국이 곧 나의 직업
임 화 : 역사의 격랑 속에 침몰한 혁명시인
권태응 : 헐벗은 아이들의 가슴에 별을 심은 시인
이육사 : 변형된 자화상
오장환 : 낭만과 격정의 민중시인
김영랑 : 쓸쓸함과 애달픔
이한직 : 우수와 허무
윤동주 : 하늘과 바람과 별
박인환 : 근원을 알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
한용운 : 사랑의 시인, 민족의 시인, 구원의 시인
백 석 : 눈을 맞고 선 굳고 정한 갈매나무
신동문 : 삶을 통한 시의 완성
박목월 : 자연, 생활, 향토
김수영 : 앞을 향하여 달리는 살아 있는 정신
천상병 :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과 눈
한 마디로 이 시는 도덕적 순결성을 지향하는 소시민의 갈등과 고뇌의 청교도적 표백으로 읽을 수 있을 터로서, 이 시가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한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이십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조금쯤 옆으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 알고 있'으면서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는' 것은 비단 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시는 세상을 평균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지 세상살이로부터 초연하거나 뛰어난, 말하자면 특별한 사람들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감동의 원천은 그런 보통사람들의 갈등과 고뇌를 대변했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p.334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람에 이는 잎새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 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p.212
특히 차를 몰고 다니는 젊은이들은 육사 생가 운운의 말을 들을 적마다 무슨 생뚱한 질문이냐는 얼굴들을 했는데, 일본이나 프랑스에 갔더니 웬만큼 알려진 시인이나 소설가의 생가를 찾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학생을 잡고 물어도 알더라는 어느 시인의 얘기가 생각나면서 새삼스럽게 우리 문화수준이 돌아보아졌다.--- p.157
지금은 안동에서 차로 불과 20분 안팎의 거리이지만 초행도 아닌 이번 길에 그 멀다는 사실을 다른 뜻으로 실감한 것은 실로 아이러니 하다. 원천이라는 똑같은 지명을 가진 곳이 또 있어 헷갈린데다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이육사라는 이름을 몰라 물을수록 혼란이 가중되어 무려 두 시간이나 허비했던 것이다. 특히 차를 몰고 다니는 젊은이들은 육사 생가 운운의 말을 들을 적마다 무슨 생뚱한 질문이냐는 얼굴들을 했는데, 일본이나 프랑스에 갔더니 웬만큼 알려진 시인이나 소설가의 생가를 찾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학생을 잡고 물어도 알더라는 어느 시인의 얘기가 생각나면서 새삼스럽게 우리 문화수준이 돌아보아졌다.--- pp.156-157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은 시를 찾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나는 몇 차례 독자가 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해설서 비슷한 글을 썼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어떤 면에서 감정의 확대라 할 수 있는 시를 가장 잘 이해하려면 그 시인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조건 아래서 살았으며, 그 시를 쓸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모은 글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미 우리 시사에서 고전이 된 시들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쓴 글이다.--- 여는 글에서
사람들의 심리란 묘해서 기인 하면 그 작품을 진지하게 대하기보다 기행의 꼬투리를 찾는다. 그래서 김우창 교수가 그를 우리 시대 최후의 서정시인이라고까지 규정했을 만큼 순수한 서정시라 할 그의 시들이 기행과 같은 동기에서 나온 발언으로 오해되기도 하는 터이다. 물론 그는 상식인들과 같은 생활을 거부했다는 대목에 있어 기인이다. 그러나 그가 꼭 기인이기만 할까.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은 이 점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내 육십 년을 돌아보면 나도 별나게 제멋대로 인생을 살아왔다. 이십대에 문인이 되어 음악을 논하고 문학을 논하며 많은 술도 마셨다. 그로 인하여 몇 번의 병원 신세도 졌다. 그리고 다정한 친구로 인해 동백림 사건에 걸려들어 심한 전기 고문을 세 번 받았고 그로 인해 정신병원에도 갔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나는 지금의 좋은 아내를 얻었다. 고문은 받았지만 진실과 고통은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나타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진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남들은 내가 술로 인해 몸이 망가졌다고 말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의 추측일 뿐이다." (「외할머니와 손잡고 걷던 바닷가」, 『천상병 전집』)... --- pp.340-341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서해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해창공원의 시비에는 '갈대에 숨어드는/ 소슬한 바람/ 9월도 깊었다'로 시작되는 '파도'가 새겨져 있었다.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작은 짐승)고 한 것이 석정이었으니 그에 어울리는 시비라 하겠다.--- p.52
김종삼 시인은 여간해 없는 일로 소학교에 다니는 딸의 소풍에 동행한 일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났는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딸은 한참 찾던 끝에 언덕 뒤에서 큰 돌을 가슴에 얹어놓고 잠이 든 아버지를 발견했다. 딸은 놀라서
'아버지, 왜 그래?'하고 물었다.
'응,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그래.'--- p.58
...김종삼 시인은 여간해 없는 일로 소학교에 다니는 딸의 소풍에 동행한 일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났는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딸은 한참 찾던 끝에 언덕 뒤에서 큰 돌을 가슴에 얹어놓고 잠이 든 아버지를 발견했다. 딸은 놀라서..
정지용에서 천상병까지 22명의 시인의 행적을 찾아 기행하면서 쓴 글이다. 각 시인들의 대표 시와 그 시인만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약간의 해석을 곁들이고 있어 시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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