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책읽기

심청 1,2 /황석영 장편 소설

헤븐드림 2010. 1. 19. 04:06

 

 

 

 

 

 

 

 

그녀의 이름은 심청. 그러나 작가 황석영에 의해 새로 태어난 『심청』에서 우리는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순종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 대신 동아시아의 '매춘 오디세이아'를 온몸으로 겪는 그녀를 보며 근대화가 막 진행되던 19세기 동아시아라는 시공간을 통해 인간의 존엄이 서서히 훼손돼 가는 모습과, 첩실이 되고 매춘을 하고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들과의 인연 역시 맺어지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을 품어내는 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황석영은 이 작품에 대해 "한 여자 일생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근대화에 눈을 뜨던 19세기 동아시아 역사를 담고 싶었습니다. 운명에 맞선 한 여인의 삶과 근대가 꿈틀대던 동아시아를 두 축으로 삼고 소설을 써내려 갔다"고 말하고 있다. 심청이 애초 이름 외에도 차례로 렌화(蓮花 연꽃), 로터스, 렌카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는 사실은 근대화라는 타의에 의해 정체성을 위협받던 그 당시 동아시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심청이라는 여인의 몸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대중 코드'에 맞춰서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만큼 부담 없이 읽힌다. 

우여곡절 끝에 여든 노파가 돼 제물포로 돌아온 심청은 조용한 죽음을 맞는다. 그 죽음 속에는 '조용한 미소'가 포함돼 있다. 그것은 많은 고난을 이겨내고 용서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온화한 것이어서 넉넉하고 여유롭다.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안타까움은 여운처럼 길게 남는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작가의 추천 관심작가알림 신청 저 : 황석영

 黃晳暎 1943년 12월 14일 만주 장춘(長春)에서 출생하고, 8·15광복 후 귀국,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일제 때 말로 인텔리였던 황석영의 부모님은 북에서 월남해 내려와 영등포의 공장 지대에 정착을 했다고 한다. 한국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영등포 시장에 나가면 피난 보따리와 개인의 서재에서 쏟아져 나온 책을 책꽂이째로 노점에 내놓고 책을 빌려주는 대여점이 많이 생겼는데, 작가는 초등학교 일학년부터 그런 책들을 빌려다 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난 갔던 얘기를 쓴 「집에 오는 날」이라는 작문이 전국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고 작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경복고등학교 재학 시, 『입석부근(立石附近)』으로 《사상계》의 신인문학상에 입선하였지만 1970년에 「탑(塔)」이 조선일보에 당선되면서부터 문단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창작과 비평》에 중편 「객지(客地)」(1971)가 발표되면서부터 리얼리즘에 입각한 그의 주옥같은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는 노동과 생산의 문제, 부와 빈곤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아우를 위하여』(1972)를 시작으로 해서, 『한씨연대기(韓氏年代記)』(1972)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벽초 홍명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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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전통을 이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우리의 진정한 근대문학이 이어진 건 6,70년대가 아닌가 생각해요. 동아시아의 근대문학을 보면, 한 30년 쓰면 자신의 방식이 표출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동아시아에서 보는 세계, 자기의 문학을 자기 식대로 개척하는 작가로 남고 싶어요.

출판사 리뷰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심청. 태어나면서 어머니를 여의고 눈먼 아버지의 품에 안겨 이 사람 저 사람 동네 아낙들의 동냥젖을 먹고 자란 청이, 열다섯 나이에 중국 상인에게 팔려가 황해 바다 인당수에 뛰어든 그 ‘심청’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 ‘심청’이 새로 태어났다. 그저 심성 고운 효녀 심청이 아닌,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여자이고, 또 세상과 사람을 품을 줄 아는 여자로! 그렇다, 그네 심청은 “여자”였다.

심청을 새로 태어나게 한 이는 우리 시대의 거장 황석영 선생. 방북사건으로 5년여의 옥고를 치르고 1998년에 출감한 이래, 2000년에 『오래된 정원』, 2001년에 『손님』을 발표하며 문단과 독자의 주목을 집중시킨 이순의 황석영 선생이 새로 내놓은 『심청』은 그가 耳順의 귀가 아닌, 청년의 귀와 감각을 지닌 불꽃의 작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는 작품이다.

황해 바다를 끼고 펼쳐지는 매춘의 오디세이아
『심청』은 처절하고 안타까운 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 한 여자의 일대기다.
은자 삼백냥에 중국 선상들에게 팔려갈 때가 열다섯. 아직 달거리도 시작되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 ‘청’은 풍랑을 잠재우는 제물이 되어 굿을 치른 후 중국의 한 부잣집에 팔려간다. 황해 바다를 건너 중국 진장을 거쳐 그네가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난징. 중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렌화(연꽃)’라는 이름을 얻은 후 차 장사로 부자가 된 첸 대인의 어린 첩실로 팔려간 것이다. 첸 대인의 보약 노릇을 하던 청은, 첸 대인이 죽은 후 그 집 막내아들 구앙을 따라 그가 운영하는 진장의 기루(妓樓) ‘복락루’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청은 처음으로 자기의 의지로 자신의 몸을 판다. 그후 떠돌이 악사 동유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고 둘만의 혼례를 치른다. 복락루에서 도망친 두 사람은 만두집을 열어 평범한 삶을 꾸려나가고 싶어하지만 운명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청이 다시 창녀가 되어 팔려간 곳이 타이완의 지룽 섬. 하룻밤에 열 두세 명의 사내를 상대해야 하는 밑바닥 창녀의 삶이 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기녀들의 대모 격인 샹 부인을 만나고, 그녀 아래 들어가 일하던 청이는 영국인 제임스의 눈에 들어 그의 첩이 되어 싱가포르로 가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다시 지금의 오키나와인 류큐로, 다시 나가사키로, 다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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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황석영 선생이 감옥에서 출감한 후 나는 그가 얼마 동안 소설을 못 쓸 줄 알았다. 천의무봉이라 하나 그리 오래 쉬었으니 감을 잡는 데 얼마간의 시간은 필요하리라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해 동안 그가 보여준 거침없는 창작열에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은 후배들이 있을까! 이번 소설도 그 힘의 연장선상에 있다. 읽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열려 있는 이 소설은 뼈대는 동아시아가 거쳐온 근대의 항적 속에서 짚어야 마땅할 것이나 내게는 심청이라는이름을 가진 한 여성의 몸의 기록으로도 읽힌다. 15세에서 여든에 이르는 그 기록은 처절하고 안타깝다. 그 "처절"과 "안타까움"이 마지막에 가 닿은 것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희미하지만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미소"이다. 지극한 몸의 고통 뒤에 찾아든 '실컷 울고 난 사람의 그 미소', 이는 황석영이 아니면 가 닿지 못할 미소이기도 할 것이다
--- 신경숙(소설가)

<심청가>는 깊은 작품이다. 명창 광대도 늙어서는 절대로 부르지 않는다는 이 소리는 효를 기리는 도덕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들이 딸 팔아먹는 빈궁의 소리만도 아니다. 이 소리는 이 두 층위를 아우르되 그를 넘어서 온몸으로 유토피아를 탐구하는 성창의 보살행을 그려낸다. 작가는 이 소리의 핵심을 장악하여 동아시아 근대의 문맥 속에서 탈구축/재구축함으로써 <심청가>를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재창조하였으니, 심청/렌화/렌카/의 찬란하게 슬픈 유전은 동아시아문학이 도달한 한국문학의 새 경계가 아닐까?
--- 최원식(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심청전』의 순미한 고전적 형식이 우리 시대의 대형 작가 황석영에 의해 유려하게 편곡되었다. 편곡자의 개성이 빛나는 것은 그것이 또한 이 시대와 겨레의 집단적 무의식의 반영이었음에서 말미암았다. 
--- 김윤식(문학평론가, 명지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