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책읽기

해변의 카프카 (상권)/무카라미 하루키 장편 소설

헤븐드림 2010. 1. 20. 03:52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성마르게 책장을 뒤적거리며, 포스트잇을 붙이고 되짚어 문장을 음미하고... 그렇게 책을 읽은 게 얼마만인가.『태엽 감는 새』이후 무려 7년 만에 내놓는 하루키의 소설『해변의 카프카』는 유년기의 종점이자 어른의 시발점인 '순수 원형' 15세 소년의 여행, 그리고 저마다 '상실'의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들을 통해 존재와 부조리, 선과 악의 다양한 층위를 변주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전히 세련되고, 섬뜩하고, 한편으로 동화같은 미감! 정교한 흥분이랄까. 그리스 비극에 대한 고찰과 일본 고전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차용한 생령의 모습 등 문학적 모티프는 더욱 풍성해졌으며, 작가 스스로도 "캐릭터들이 저마다 잘 움직여줬다"며 깊은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재미있냐고? "그럼~ 하루키인데!"

-----------------------
익명의 사람들과 익명의 고양이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도쿄 시의 나카노 구 노가타, 이 고즈넉한 동네에 훌쩍한 키와 단단한 근육, 차가운 눈동자를 가진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 살고 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예언한 아버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에서 탈출해야만 하는 소년은 열다섯 살의 생일날 자신에게 ‘카프카’란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어렸을 적 자신을 버린 채 집을 떠난 어머니와 누나를 뒤쫓아 도쿄에서 몇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멀고 낯선 곳을 향해 떠난다.

기시감이라도 작용한 듯 잡지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을 뿐인 고무라 도서관을 찾아간 그는 어느 날 밤 까닭 모를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은 후 어느 신사의 경내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깨어난다. 같은 날 밤 아버지가 살해됐다는 신문기사를 본 카프카는 아버지의 저주를 떠올리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되고,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저주대로 자신의 어머니처럼 느껴지는 고무라 도서관 책임자 사에키 상의 소녀 시절 생령에게 사랑을 느낀다.

한편 어렸을 때의 기묘한 사고 이후 모든 기억을 잃은 대신 고양이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나카타 상은 길쭉한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채 위스키를 마셔대는 고양이 킬러 ‘조니 워커’와 만나게 된다. 영혼의 피리를 만들기 위해 고양이를 죽이는 이 잔인한 사나이와의 비극적인 만남 이후 나카타 상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서쪽으로 향하게 되고, 죽음처럼 깊은 잠의 심연 속에서 깨닫게 되는 계시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카프카의 흔적을 쫓아가는데……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관심작가알림 신청 저 : 무라카미 하루키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1949년 일본 교토에서 출생했다. 중학교 시절에 러시아문학과 재즈에 탐닉하였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 손에 사전을 들고 미국문학을 탐독게 되었다. 1968년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 입학해 격렬한 60년대 전공투 세대로서 학원분쟁을 체험한다. 1971년 학생의 신분으로 陽子와 결혼한다. 1974년 째즈 다방 '피터 캣'을 고쿠분지에 연다. 「미국영화에 있어서의 여행의 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7년간 다녔던 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야구장에서 시원스럽게 날아가던 2루타 공의 행방을 지켜보던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던 하루키는 지금은 세계 10국에 그의 작품이 번역, 소개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으며 장·단편 소설, 번역물, 에세이, 평론, 여행기 등의 다양한 집필 활동을 쉼없이 이어가고 있다. 여느 인기작가들처럼 TV나 라디오 등의 매스컴에 등장하는 일도 없이 활자만을 통해 한결같이 그의 조용하고, 느슨함이 없는 작가 생활을 엮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 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영화화 되었다.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

펼처보기

역자 : 김춘미

1943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본어과 졸업(문학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역임. 일본 동경대학 비교문학연구실 객원교수 역임. 현재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김동인 연구』, 역서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일요일 오후의 잔디밭』, 『물의 가족』, 『해변의 카프카』 등이 있다.

목차

《해변의 카프카》에 부쳐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보내는 메시지 4

서 장 모래 폭풍 같은 사람의 운명 13
제1장 15세 생일날의 가출 20
제2장 미국방부의 극비 문서 31
제3장 여행길에서 만난 여자 42
제4장 전시라는 높고 깊은 산 54
제5장 인간적 매력이 가득한 도서관 66
제6장 고양이와 대화하는 지능 장애 노인 92
제7장 백 년 뒤에 남는 것 107
제8장 미궁에 빠진 집단 혼수 사건 121
제9장 한밤중 옷에 묻은 핏자국 136
제10장 빛이 없는 무명의 세계 149
제11장 누나일지 모를 그녀와의 짜릿한 밤 168
제12장 피 묻은 수건의 비밀 187
제13장 절대 고독의 세계 203
제14장 고양이 탐정과 고양이 킬러 228
제15장 상상력과 꿈에 대한 공포 250
제16장 기묘한 자발적 피살 사건 269
제17장 빛과 그늘 속 〈해변의 카프카〉 292
제18장 일소에 부친 살인범의 자수 317
제19장 속이 텅 빈 사람들의 자기 증명 332
제20장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의 고리 354
제21장 저주받은 부자의 비극적 종말 378
제22장 ‘천사표’ 같은 노인의 내력 397
제23장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419

역자의 말 작가적 성숙을 실감케 하는 하루키...

펼처보기

책속으로

당신이 세계가 끝나는 그곳에 있을 때
나는 사화산의 분화구에 있고
방문 뒤에 서 있는 것은
문자를 잃어버린 말.

잠이 들면 그림자를 달이 비추고
하늘에선 작은 물고기들이 쏟아져 내리고
창밖에는 굳게 마음을 가다음은
병사들이 서 있네.

(후렴)
해변의 의자에 카프카는 앉아서
세계를 움직이는 흔들이 추를 생각하네.
마음의 둥근 원이 닫힐 때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스핑크스의
그림자가 칼처럼 변해서
그대의 꿈을 꿰뚫었네.

물에 빠진 소녀의 손가락은
입구의 돌을 찾아 헤매네.
푸른 옷자락을 쳐들고
해변의 카프카를 보고 있네.
--- pp 437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즉 네 선택이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너는 조금도 어김없이 너인 거고, 너 이외의 아무도 아닌 거야. 너는 너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눈을 들어 오시마 상의 얼굴을 본다. 그의 말에는 뭔지 모를 설득력이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거기에는 아이러니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아이러니?"
오시마 상은 내 눈을 들여다본다. "자, 내 말 잘 들어. 다무라 카프카 군. 네가 지금 느끼는 것은 수많은 그리스 비극의 동기가 되기도 한 거야.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선택한다, 그것이 그리스 비극의 근본을 이루는 세계관이지. 그리고 그 비극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하고 있는 것이지만-아이러니컬하게도 당사자의 결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해서 그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내가 말하는 걸 알 수 있겠어? 다시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지닌 결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질 즉, 타고난 장점이나 아름다운 성질에 의해서 더욱 커다란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펼처보기 --- pp 384

"오시마 상, 이상한 것을 묻는 것 같지만, 인간이 살아 있으면서 유령이 되는 수도 있나요?"
오시마 상은 카운터 위를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내 얼굴을 본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군. 그러나 그 질문은 문학적인, 그러니까 은유적인 의미에서의, 인간 정신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이야, 아니면 좀더 실제적인 질문이야?"
"아마 실제적인 으미로..." 하고 나는 말한다.
"유령이 실제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고, 라는 말이군?"
"네."
오시마 상은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닦고, 다시 그것을 쓴다.
"그것은 '생령'이라고 불리는 존재지. 외국의 예는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종종 그런 것이 문학 작품에 등장하곤 해. 예를 들어, 의 세계는 생령으로 가득 차 있어. 헤이안 시대에는, 적어도 헤이안 시대의 사람들의 심적 세계에서는, 인간은 어떤 경우에는 살아 있는 채 영혼이 되어 공간을 이동하고, 그 상념을 이룰 수가 있었어. 를 읽어본 적은 있어?"

나는 고개를 흔든다.
"이 도서관에도 몇 가지 현대어역이 있으니까 읽어보는 게 좋을 거야. 예를 들어, 히카루 겐지의 애인이었던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는 본처인 아오이노우에에 대한 심한 질투로 괴로워하다...

펼처보기 --- pp 432

"나는 보다시피 이런 인간이다 보니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여러 의미에서 차별받아 왔어"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차별당하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인지, 그것은 차별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지. 아픔이라는 것은 개별적인 것이어서, 그 뒤에는 개별적인 상처 자국이 남아. 그렇기 때문에 공평함이나 공정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나도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만 내가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상상력이 결여된 부분을, 공허한 부분을, 무감각한 지푸라기로 메운 주제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인간들이지. 즉 쉽게 말하자면, 조금 전 도서관의 실태를 조사하러 온 두 여성 같은 인간들이라구."

그는 한숨을 쉬고 손가락으로 긴 연필을 돌린다.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정상인이든, 페미니스트든, 파시스트의 돼지든, 공산주의자든, 힌두교 신자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떤 깃발을 내걸든 나...

펼처보기 --- pp 351~352

그녀의 말은 언제나 공손하고 상냥했으나, 거기에는 본래 있어야 할 호기심이나 놀라움의 파장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녀의 본마음은-만일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언제나 어딘가에 간직되어 있었다. 현실적인 판단이 요구될 때를 빼놓고는, 그녀의 개인적인 의견이 표면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녀 자신은 조금밖에 이야기하지 않고, 주로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다정하게 맞장구를 쳤다. 그녀와 이야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느 지점에서 불현듯이 막연한 불안감을 품게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함으로써, 자기가 그녀의 조용한 시간을 쓸데없이 허비하게 하고, 그 단정하게 정돈된 세계에 진흙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리고 그런 인상은 대개 옳았다.--- pp 311~312


"나는 운전할 때 곧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크게 틀어놓곤 하지. 왜 그러는지 알겠어?"
"몰라요" 하고 나는 말한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특히 이 D장조 소나타가 그래.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거든. 이 작품의 한두 악장만 독립적으로 연주하라면, 어느 정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있다고 해. 그러나 네 개의 악장을 통틀어 통일성을 염두에 두고 들어보면, 내가 아는 한 만족할 만한 연주는 단 하나도 없어. 지금까지 여러 다양한 명피아니스트가 이 곡에 도전했지만, 그 어떤 연주도, 느낄 수 없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거든. 바로 이 연주만은 결함이 없다고 할 만한 연주는 아직 없다, 왜 그런지 알아?"

"모르겠어요" 하고 나는 말한다.
"곡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로베르트 슈만은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의 뛰어난 이해자였지만, 그런데도 이 곡을 '무지무지 장황'하다고 평했지."
"곡 그 자체가 불완전한데 어째서 수많은 명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에 도전하는 걸까요?"
"좋은 질문이야"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그리고 사이를 둔...

펼처보기 --- pp 214~215

출판사 리뷰

더욱 깊어진 주제,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

《해변의 카프카》는 23년간의 하루키 문학을 집대성하는 소설이다. 그의 전작들에서 이룬 성과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동서양의 고전, 특히 인간의 삶의 원형이라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깊은 고찰이 이 소설의 주제의 근간을 이룬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독자들을 매혹시켰던 내면적인 세계와 《태엽 감는 새》에서 추구했던 역사와 개체 간의 관계는 더욱 심화되었고,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부모 자식간의 모습과 일본의 고전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차용한 생령의 모습 등에서 볼 수 있듯 문학적 모티프는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아이들의 꿈과 어른들이 만들어 낸 현실의 틈바구니에 자리한 미궁 속에서 끝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며 힘겹게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성장의 두려움을 겪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절실함으로 가득하다.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

《해변의 카프카》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이다. 지금까지 하루키의 장?단편에서 종종 등장하던 양 사나이나 뚱뚱하지만 매력적인 여인 등의 캐릭터 대신 좀더 현실적인 인물들(카프카, 아버지, 사에키 상)과, 그들의 내면과 과거를 상징하는 또 다른 분신 같은 존재들(까마귀라 불리는 소년, 조니 워커, 사에키 상의 생령)을 등장시켜 현실과 초현실의 두 가지 트랙을 함께 그림으로써 하루키는 하루키 특유의 내면세계의 묘사에 있어 또 한번 한계를 뛰어넘는다.

이와 함께 하루키가 《해변의 카프카》만을 위해 창조한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자신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인간답지 않은’ 독특한 말투로 고양이와 진지한 대화를...

펼처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