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의 괴로움』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김지하의 신작 시집. 1995년에서부터 1997년 사이(1부에서 3부의 시편들), 1999년에서 2000년 사이(4부의 시편들)에 씌어진 것으로, 시인이 옛 원고를 정리하다 찾아낸, 까맣게 잊고 있거나 잃어버렸던 원고들을 모았다.
시인 자신의 말처럼 '탈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생태적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듯 이 시집의 시편들은 어떠한 고집이나 강요도 없이 삶, 생명, 우주에 대한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2002년 제10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작이다.
 저 : 김지하 金芝河, 본명:김영일(金英一)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김영일(金英一)이며, 김지하는 필명이다. 아호로 노겸, 노헌(勞軒), 우형(又形), 묘연(妙衍)이 있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대일 굴욕 외교 반대투쟁에 가담해 첫 옥고를 치른 이래, ‘오적 필화 사건’ ‘비어(蜚語)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고행… 1974 필화 사건’ 등으로 8년간의 투옥, 사형 구형 등의 고초를 겪었다. 독재권력에 맞서 자유의 증언을 계속해온 양심적인 행동인으로, 한국의 전통사상을 오늘의 상황속에서 재창조하고자 노력하는 사상가로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룩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1981),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 등과 이산문학상(1993), 정지용문학상(2002), 만해문학상(2002), 대산문학상(2002), 공초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황토』『타는 목마름으로』『오적』『애린』『검은 산 하얀 방』『이 가문 날의 비구름』『별밭을 우러르며』『중심의 괴로움』『화개』등이 있고, 『밥』『남녘땅 뱃노래』『살림』『생명』『...
오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애당초 학자도 아니요 역사 전공자는 더욱 아니기에 오류가 아주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겨냥하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비교 접근이나 동양과 서양의 아주 큰 틀에서의 만남이니 다행히도 그것이 다름 아닌 이 작은 한반도에서 창조적 경합으로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기를 열심히 바라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도 한다. 그 새로운 문명의 꽃을 '한'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 그것이 이 기행의 주제다.
1. 한식청명 구구 밤 산책 短詩 하나 短詩 둘 短詩 셋 短詩 넷 短詩 다섯 短詩 여섯 꿈결의 詩 水西 별 내 땅 지옥에 쓸쓸한 자유 기다렸으나 눈길 그때 아파트 꿈 횔덜린 비 道 님
2. 낯선 희망 지는 봄꽃 저녁 장미 빗소리 오월 산책 해 부끄러움 天刑 망향 쉰둘 늙음 어젯밤 거기 여전 겨울 간혹 우물 눈물 제사 홍성담 한울 살림 소식 테레비 되먹임 솔잎 축복
3. 아내에게 산책은 행동 초겨울 소박하다면 내년 봄엔 보리 싹 남쪽으로 어느 귀퉁이 푸르름 첫 문화 갈꽃 길 세밑 물 소리 틈 1 틈 2 가을 숨은 사랑 나그네 쉰네 살 편지 돌아가지 않겠다 삶 1 삶 2 저기 여기 변환 한 뼘 얽힘
4. 詩 신새벽 伽倻의 산들 伽倻의 흰빛 옛 伽倻에 와서 夷史 玄風을 지나며 入顯四隱 伽倻孤雲 龍潭水雲 숲 속의 작은 공터 내가 나에게 빗점 花開
서문 해설/임동확
길 너머 저편에 아무것도 없다
가야 한다 나그네는 가는 것 길에서 죽는 것
길 너머 저편에 고향 없다
내 고향은 길 끝없는 하얀 길
길가에 한 송이 씀바귀 피었다.--- p.124
철학적 바탕과 김지하의 시 - 임동확 해설을 중심으로
임동확 시인은 해설에서 이 시집의 시편들이 소리/침묵, 숨음/드러남, 흐름/멈춤, 유연성/경직성 등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한 단위로 놓으면서 시작한다"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통합하거나 지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공존하면서 생성의 사건에 대등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를 두고 "그의 시세계와 그것을 떠받치는 생명사상"의 뿌리가 여기에 있음을 지적하고, "동시에 그가 서구의 관념론과 유물론"에 맞서기 위해 제시한 "'그늘론" 내지 '흰 그늘론' 역시 이와 같은 그의 사유에 맞닿아 있다"고 말함으로써 김지하의 사상적 근원을 이 시편들을 통해 접근해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빗소리 속엔/침묵이 숨어 있다//빗소리 속엔/무수한 밤 우주의 침묵이/푸른 별들의 가슴 저리는 침묵이/나의 운명이 숨어 있다//(중략)//빗소리는 그러나/침묵을 연다//숨어서/숨은 내게 침묵으로 연다/나의 침묵을 연다.(「빗소리」 부분)
"무심히 지나치기 쉽지만, 그(김지하)는 거의 체질적으로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로 나눠볼 수 있는 가시와 비가시, 개진과 은폐 등의 두 차원의 세계속에서 생명의 참된 실상을 보고자 한다. '있음'에 대한 '없음', '존재함'에 대한 '존재하지 않음'을 함께 보는 사유가 그의 시론 혹은 미학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일부 평자들이 김지하가 어떤 근원적인 질서 또는 중심이라는 것을 설정하고 있는 데 주목하여, 그의 시와 생명사상이 형이상학화하고 있지 않은가 우려의 목소리를 낸 데 대해서도, "그의 시 속의 중심 또는 근원이 각기 다른 세계와 사물 사이를 떠받치며 나아가고 울려퍼지는 체류지로서 '근원 없는 근원', '중심 없는 중심'이었음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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