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천상병 시인의 신앙시 모음

헤븐드림 2016. 7. 13. 22:24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대우주의 정기가 모여서 
되신 분이 아니실까 싶다. 

대우주는 넓다. 
너무나 크다. 
그 큰 우주의 정기가 결합하여 우리 하느님이 
되신 것이 아니옵니까 



 흐름

바다도 흐르고 구름도 흐르고
사람도 흐르고 동물도 흐르고
흐르는 것이 너무 많다

새는 날고 지저귀는데
흐름의 세계를
흐르면서 보리라.

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
하나님! 하나님도 흐르시나요!



 


청록색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산의 나무들은 녹색이고 
하나님은 

청록색을 좋아하시는가 보다.

청록색은 
사람의 눈에 참으로 
유익한 빛깔이다.
우리는 아껴야 하리.

이 세상은 유익한 빛깔로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 날개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느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이었는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성취다. 
하느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주소서...... 







봄비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따사로운 이 감촉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풀어주시는 큰 은총이다

봄비는 소리 없이 오는 것 같다
보드럽고 촉촉한 봄비여
온화한 기분으로 맞아도 좋다


+ 산소의 어버이께

두분 아버지 어머니 영혼은,
하느님께 인사드렸는지요?
죽은 내 친구 인사 받으셨는지요?

생각컨대
어버이님은 아무런 죄 없으시고 착실하고 다투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보다 10년 더 넘게 오래 사셨다 

가셨는데 하늘나라서 행복한 초혼(初婚) 영원히 

비슷하겠군요.

그저 둘째아들 염려이실 테고
요놈이 게으름뱅이 노릇 그만하고 천국(天國) 

가까이나 와 주었으면 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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