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감(交感) ]
자연은 하나의 신전,
거기에 살아있는 기둥들은
때때로 어렴풋한 얘기들을 들려주고
인간이 상징의 숲을 통해
그곳을 지나가면
그 숲은 다정한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광막한
어둡고 그윽한 조화 속에서
저 멀리 어울리는 긴 메아리처럼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서로 화합한다.
어린 아이 살결처럼
신선하고
오보에처럼 부드럽고,
목장처럼 푸른 향기가 있고
또 썩고, 짙은 향기들도 있어
호박,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것들로 퍼져 나가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한다.
* 해석[김인환 역의 악의 꽃에서]
이 시는 상징주의의 한 오의(奧義)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비평가 사이에 의론이 많다. 이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그 개요를 설명하겠다. 이 시의 출발점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살아 있는 세계로서, 생명이 없어 보이는 사물들은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형상들은 눈에 안 보이는 어떠한 실재의 상징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인이 전개하려는 주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진리 속에 시인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향기와 빛깔과 소리' 사이에 포함되는 밀접한 '조응(照應)' 또는 상통이다. 사실, 우주는 살아 있는 하나의 통합체이므로, 필연적으로 봄에 다양한, 감각할 수 있는 형상들은 사실 유일한 실재의 메아리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관념은 결론으로 이끌어 가는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최후적인 주된 관념은, 만물 조응 중에서 어떠한 조응은 우리들을 순수와 순결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또 어떠한 것들은 죄악과 부패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을 무한으로 일종의 정신과 관능의 도취로 끌어가는 향기들, 이 향기들을 퍼뜨리는 것이 '악의 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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