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의 묵상 /리라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숲을 걷다보면
자칫 길을 잃을까 걱정입니다
희어진 머리칼 날리듯
가을 바람은 몹시 쓸쓸합니다
오늘은 가슴에 품은 잿빛 그림자를 떠나보냅니다
내 생은 아직도 가을 한복판에 있나봅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에
엷은 미소를 짓는 구름들
괜스레 복받치는 설움에 고개를 떨굽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며
한숨 섞인 낙심도 하였습니다
저기 늦가을을 닮은 사람이 갑니다
옷은 남루하고 힘없는 걸음으로
하지만 그 마음에 거짓이 없다면
빛바랜 소망도 함께 갈 것입니다
아직은 멀리 보이는 그 곳을 향해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 가을 저녁처럼
그래도 계속 걷다보면
바라던 그 날이 올 것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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